[책의 향기]어느날 갑자기 영혼이 사라진다면

김태언 기자 2021. 10. 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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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버스 사고를 당하고 정신을 잃은 열여덟 살 한수리와 열일곱 살 은류.

자신을 영혼 사냥꾼이라고 소개하는 남자는 수리와 류에게 "육체와 영혼이 분리됐다. 사흘 내로 육체를 되찾지 못하면 저승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준다.

"그냥 날 데려가라"고 말하는 류는 영혼 사냥꾼의 질문에 따라 조금씩 과거의 기억을 되짚으며 스스로 짊어지고 있던 삶의 무게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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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이희영 지음/216쪽·1만3000원·창비
어느 날 버스 사고를 당하고 정신을 잃은 열여덟 살 한수리와 열일곱 살 은류. 낯선 남자의 부름에 눈을 떴는데, 깨어난 곳은 응급실이다. 사람들은 물음에 대답도 않는다. 이윽고 이들은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육체를 바라본다. 자신을 영혼 사냥꾼이라고 소개하는 남자는 수리와 류에게 “육체와 영혼이 분리됐다. 사흘 내로 육체를 되찾지 못하면 저승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준다.

영혼이 없는 상태로 깨어난 이들의 육체는 영혼이 빠져나오기 전과 다름없이 생활한다. 수리의 육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스트레칭을 하고 학교에 가서 공부한다. 그런 수리의 영혼은 육체에 서운함을 느끼며 “영혼 없는 육체는 감정도, 원하는 것도 없는 삶일 것”이라 말하지만, 정작 영혼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음을 깨닫는다. 반면 류는 육체로 돌아가려는 의지가 없다. “그냥 날 데려가라”고 말하는 류는 영혼 사냥꾼의 질문에 따라 조금씩 과거의 기억을 되짚으며 스스로 짊어지고 있던 삶의 무게를 되돌아본다.

소설은 영혼이 없는 육체와 영혼으로 남은 주인공들을 따라가며 진짜 ‘나’를 되찾으려고 고투하는 과정과 영혼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영혼 없는 리액션’이라는 말에 착안해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영혼은 결국 마음인데, 마음 없이 반응할 수 있게 된 사회상을 짚고자 한 것이다.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과 같은 쉽게 떠올려 볼 법한 질문에 답을 제시한 전작 ‘페인트’(2019년)와도 결을 같이한다. 페인트는 지금까지 3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로 일본, 중국, 베트남 등 5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출판사 창비가 내놓은 한국형 영어덜트(young adult) 시리즈 ‘소설Y’의 첫 작품이다. 영어덜트 소설은 대개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모든 세대를 겨냥한다. 창비는 국내 콘텐츠 수요가 높아지는 시대에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나에 이어 천선란의 ‘나인’, 박소영의 ‘스노볼 1, 2’가 출간될 예정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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