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내가 운동하면 뇌가 고마워한대요

장동선, 뇌과학자·궁금한뇌연구소 대표 2021. 10.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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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운동의 뇌과학

20대 중반, 심한 번아웃을 겪었다. 일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고 그런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질수록 점점 자책이 심해지면서 세상으로부터 숨게 됐다. 그때 친한 친구 한 명이 큰 도움을 주었다. 그는 아침마다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고, 나를 깨워 자전거를 타고 뛰자고 했다. 항의해도 소용없었다. 그는 나를 들어올려 억지로라도 밖으로 끌어내 함께 운동을 하게 했다.

반년 정도 지나자 정말로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친구의 추천으로 병원도 찾아갔는데, 의사 선생님은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하던 것이 몸의 문제인 경우도 많다”며 세심하게 몸 상태를 체크했다. 실제로 갑상선 호르몬 부족이라는 몸의 문제도 발견해 운동과 치료를 병행했다.

운동을 하면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독일 막스플랑크 신경과학 연구소에서 운동과 학습 능력의 연관성을 탐구해온 뇌과학자 마누엘라 마케도니아는 ‘유쾌한 운동의 뇌과학’(해리북스)에서 운동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인 새로운 신경세포, 혈관, 시냅스(신경세포 접합 부위)의 생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뇌 부위인 해마는 약 20세 이후부터 매년 꾸준히 1~2 %씩 쪼그라든다. 40대 중반 이후에는 해마의 크기가 20% 이상 작아지는데, 신경세포가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해 꾸준히 사멸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다. 운동은 뇌내 N-아세틸 아스파르트산염 (NAA)과 신경성장인자(BDNF)의 양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냅스와 혈관의 생성을 촉진시켜서 해마와 전두피질의 수축 속도를 감소시킨다.

성인의 뇌에서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던 지난 수 세기 동안 학계의 정설도 바뀌었다. 최근의 연구 결과를 통해서 우리는 이제 인간의 뇌에서도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신경세포들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세계보건기구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국제질병분류(ICD-11)에서는 노화 역시 질병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뇌가 건강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모이고 있어서다. 그중 가장 손쉽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운동이다. 마케도니아 박사가 책에서 강조하는 바와도 같다. 운동을 하면 당신의 뇌가 고마워한다! 장동선, 뇌과학자·궁금한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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