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 면했지만 '난제'는 그대로

황민국 기자 2021. 10. 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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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전 진땀승..'강호' 이란 원정 앞둔 벤투호

[경향신문]

축구 국가대표 황인범(왼쪽)이 7일 경기 안산시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후 손흥민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권도현 기자
홈 3연전 승점 7점 따는 데 그쳐
전문가들 “학점으로 따지면 B”
시리아전 유연한 전술은 긍정적
아시아 최강인 이란전 앞두고
허점 드러난 수비라인 정비와
해외파들 컨디션 관리가 관건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52)이 시리아전 2-1 진땀승으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라크와 레바논, 시리아를 잇달아 상대한 홈 3연전 성적표는 2승1무로 낙제점은 면했다. 원래 목표로 삼았던 승점 9점이 아닌 7점에 그친 터라 학점으로 따진다면 B는 줄 수 있다는 게 축구 전문가들의 평가다.

결과가 아닌 내용을 살펴본다면 여전히 호평보다 혹평이 더 많다. 벤투 감독(사진)이 추구하는 빌드업 전술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상대를 지배하는 공격 축구에 가깝다. 그가 부임한 이래 큰 변화 없이 하나의 방향으로 매진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참담한 실패로 끝났던 아시안컵(8강)부터 북한의 포기로 손쉽게 통과한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5승1무), 충격의 한·일전(0-3 패)까지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준 일이 드물었다. 특히 최종예선 첫 경기에선 이라크에 0-0으로 비긴 뒤 레바논에 1-0으로 신승을 거두면서 비판 여론을 자초했다. 그나마 성과라면 국내파 위주로 참가해 우승한 동아시안컵 정도다.

벤투 감독

다행히 벤투 감독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고비로 보였던 시리아전에서 유연한 대응을 펼쳤다. 유럽에선 톱 클래스로 불리지만 대표팀에서 고전하던 손흥민(토트넘)을 측면이 아닌 섀도 스트라이커처럼 기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런던을 떠나 서울까지 11시간 비행해 합류한 손흥민을 배려해 수비 가담 빈도를 줄였고, 그 결과 손흥민이 2년 만의 필드골로 보답했다. 벤투 감독 본인은 “투톱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으나, 마치 4-4-2 포메이션처럼 보일 정도로 전술이 바뀌기도 했다.

또 선발로 투입하면 풀타임을 고집했던 황의조(보르도)를 후반 25분 교체한 것도 눈에 띄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본인의 확고한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이 카타르 월드컵까지 순항하려면 시리아전에서 허점이 드러난 수비라인을 정비해야 한다.

시리아전에선 상대의 역습 과정에서 방심하다 한 골을 내줬다. 다음 상대인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22위)뿐만 아니라 경기력에서도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시리아전과 같은 실수를 범한다면 이란 원정의 잔혹사(2무5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체력 관리는 더 중요한 당면과제다. 한국이 시리아를 상대로 일방적인 공세를 펼치고도 단 2골에 그친 것은 골 결정력보다 장거리 이동과 시차로 해외파 선수들의 컨디션이 떨어진 것이라 봐야 한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슈팅은 세밀하면서 완벽한 밸런스에 달린 것”이라며 “유럽에서 날카롭던 그 감각이 대표팀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벤투 감독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선수들의 이동거리와 경기 시간에 따라 그룹별로 회복 주기를 맞추는 한편 훈련시간까지 조정하고 있다.

또 이번 이란 원정에선 선수들의 피로를 낮추기 위해 5억원 가까운 비용을 들여 전세기를 동원하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최대한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으로 돕는 것”이라며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상대에게도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월드컵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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