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떡볶이 때문?..온 동네 빵집 난리났다, 사라진 생크림 무슨 일?

방영덕 2021. 10. 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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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픽사베이]
#. 서울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7일 아무리 기다려도 재료상으로부터 품절된 생크림 재입고됐다는 소식이 없자 생크림 '급구'에 나섰다.

소상공인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 관련 글을 올리니 3분이 채 지나지 않아 "어디어디 마트에 가보라" "저도 00마트, XX 마트 돌아다녔는데 없더라. 이제 ㅁㅁ 마트로 간다", "어디 재료상 연락해보세요" 등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A씨는 "거래하는 대리점에서 물량이 부족해 조금씩 밖에 구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서 급할 땐 여기저기 수소문해 사러 다니기 바쁘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공급 차질을 빚었던 생크림이 여전히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온 오프라인 관계없이 재고가 금세 동이 나는 상황이다. 우유의 유지방을 분리해 만드는 생크림은 케이크와 빵, 각종 디저트 등을 만들 때 필요한 원료다.

8일 우유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등 주요 생크림 생산기업의 현재 생산량은 공급 차질을 빚기 전인 지난 5월 대비 50% 가량 줄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지난 여름 폭염 등으로 젖소의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생크림 생산량 역시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생크림 공급 부족은 매년 6~8월 여름철이면 불거지는 현상이다. 그러다 원유 생산량이 정상화되는 9월이면 생크림 공급도 제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올해 유독 품귀 현상을 빚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

서울 강서구에서 디저트 전문점을 운영 중인 B씨는 "가을철에 접어들면 보통 생크림 확보가 쉬워졌는데 올해는 통 종잡을 수가 없다"며 "매주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가을철에 접어 들어도 생크림 수급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공급량 대비 급증한 수요 영향이 크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크림 생산량은 2097t에 그쳤다. 반면 생크림 소비량은 4612t에 달했다. 7월 생산량의 경우 2891t이었으나 소비량은 7077t까지 치솟았다. 생산량이 소비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로 홈 베이킹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데다 기존 먹방, 쿡방 등의 영향에 생크림 수요가 날로 커지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일례로 국민간식인 떡볶이에서 시작된 로제 소스 열풍은 최근 생크림 인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로제소스는 토마토소스에 생크림을 조합해 만든 것이다. 로제 떡볶이, 로제 파스타, 로제 리조또 등의 메뉴로 젊은 층 사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당분간 생크림 재고 부족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관련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원유 생산량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지 못한 점도 영향이 있지만 이미 생크림 가격 인상분이 반영됐음에도 수요가 줄기는 커녕 더 늘고 있다"며 "휘핑크림 등으로 생크림을 대체하는 수요도 많지 않아 수급 불균형에 따른 품귀 현상은 한동안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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