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 조각' 하나 강제하지 않는 법, 20대 외벽청소 노동자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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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 송도에서 일어난 고층아파트 외벽청소 노동자 추락사고는 로프 절단 방지를 위해 가죽·고무패드 보호대 대신 일반 고무장갑을 덧댔다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작업용 로프와 따로 설치했어야 할 안전대 걸이용 로프(구명줄)도 설치돼 있지 않아 추락을 막을 수 없었다.
작업 로프가 끊어졌을 때 추락을 막기 위한 유일한 장치인 구명줄은 보호대와 달리 산업안전보건규칙에 설치 의무가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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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고무패드 규정 있지만 권고로 구속력 없어
노동부 뒤늦게 의무화 방침..구명줄도 설치 안돼

최근 인천 송도에서 일어난 고층아파트 외벽청소 노동자 추락사고는 로프 절단 방지를 위해 가죽·고무패드 보호대 대신 일반 고무장갑을 덧댔다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작업용 로프와 따로 설치했어야 할 안전대 걸이용 로프(구명줄)도 설치돼 있지 않아 추락을 막을 수 없었다.
지난달 27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의 49층짜리 아파트 15층 높이에서 외벽청소 작업을 하던 차아무개(29)씨가 로프가 끊어지면서 추락해 숨졌다. 사고 조사 결과, 로프 절단 지점은 48층에 있던 아파트 상호 간판이었다. 간판 위쪽 모서리와 로프 사이에는 보호대 대신 고무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건물 옥상 쪽 안전보호대는 규격에 맞았지만, 간판 보호대 쪽이 부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날카로운 모서리에 반복적으로 마찰된 로프가 끊겼다는 설명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달비계(공중에서 밧줄과 연결된 가설 발판) 안전지침’에서는 로프 보호대로 가죽이나 고무 패드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규정은 가이드라인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건설 현장에서는 (구속력이 없는) 산업안전보건공단 가이드라인은 있는 줄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강제성 있는 법·규칙이나 고용노동부 고시 등을 통해 관리·감독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아파트 외벽 공사를 담당한 업체 대표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회삿돈으로 안전보호대를 구비해놨지만 이를 설치하는 작업은 작업자가 직접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던 것도 (보호대) 설치 의무나 관리 의무가 없기 때문이었던 셈이다.

공중 작업 노동자들의 부실한 보호대 사용은 현장에서는 흔한 일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 ‘달비계 작업의 안전성 향상 방안 연구’(2018년)를 보면 “(현장에서) 분실 및 훼손 등 유지관리의 어려움으로 대부분 (로프 보호대를) 사용하지 않고 있음”, “일반적으로 굵은 전선과 고무호스를 일정 길이로 잘라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로프 보호 덮개가 부족할 경우 현장에서 아무것으로나 대체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날 차씨는 구명줄도 착용하지 않았다. 차씨와 한 조를 이뤄 작업한 5명도 마찬가지였다. 작업 로프가 끊어졌을 때 추락을 막기 위한 유일한 장치인 구명줄은 보호대와 달리 산업안전보건규칙에 설치 의무가 규정돼 있다. 외벽 공사업체 대표는 “강풍이 불면 구명줄과 작업 로프가 엉켜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현장에서 설치하지 않기로 정했다고 한다”며 “고인과 유족에게 적절한 피해 보상을 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겨레>가 확인해보니 이날 송도는 풍속이 초속 1.1∼3m 수준으로, 바람 없는 맑은 날씨였다. 노동청 관계자는 “구명줄 미설치 부분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6일 만인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어,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을 개정해 작업 의자형 달비계에 대한 사업주의 관리 의무를 명시해 로프 보호대 내용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작업용 로프나 구명줄이 건물 또는 구조물의 단부, 날카로운 물체 등에 걸쳐 있어 절단 또는 마모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로프 보호 조치를 할 것”이 사업주 준수 사항으로 추가된다. 개정된 내용은 11월부터 적용된다.
한편, 2018년부터 지금까지 달비계 사고로 39명이 숨졌으며 이 가운데 로프가 끊어지면서 일어난 사고는 17.6%에 이른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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