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익요원 판정받고 대기하다 병역면제, 작년만 1만5331명

노석조 기자 2021. 10.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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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일선 현역병은 부족.. 軍, 수급 조절 실패
2017년 1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입영대상자들이 신체검사를 받는 모습./박상훈 기자

1999년생 박모씨는 2018년 고교 졸업 후 병역 판정 검사에서 질환 등으로 현역 기준에 미달해 ‘4등급 사회복무요원(공익)’의 병역 처분을 받았다. 곧바로 24개월 복무를 마치고 20대 초반에 대입 또는 취업 등 진로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박씨는 복무 신청을 하고 1~2년을 기다려도 ‘소집’ 명령을 받지 못했다. 그가 사회복무요원으로 소집돼 복무할 국가 기관 자리가 이미 꽉 차 있어 차례가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언제 투입될지도 모른 채 이도 저도 아닌 불안한 상태로 3년을 보낸 그는 올 7월 1일 ‘평시 병역 면제’를 의미하는 ‘전시근로역’이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현역으로 치면 입대 날을 기다리다 ‘제대’한 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 병무청은 “장기(3년) 소집 대기자는 복무 면제가 된다는 규정에 따른 결정”이라고 했다.

박씨처럼 장기 대기를 하다 면제된 사회복무요원이 지난 한 해 1만533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7일 “병무청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장기 대기에 따른 사회복무요원 면제자 수가 2015년 2명, 2016년 11명, 2017년 90명 수준이었지만 2018년 2317명, 2019년 1만1457명, 작년 1만5331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고 밝혔다. 일선 군부대에서는 현역병 부족난을 겪고 있지만, 매년 1만여 명이 넘는 사회복무요원은 복무할 자리가 없어 애매하게 시간을 보내다 ‘면제’ 처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2015년 병역 신체검사 규칙 개정이 꼽힌다. 국방부는 현역 입영 대기자가 넘친다는 이유 등으로 2015년 10월 국방부령에서 ‘병역 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 규칙’을 개정해 현역병 판정을 줄이고 보충역(사회복무요원 등) 판정을 늘렸다. 예를 들어, ‘신장 146㎝에서 159㎝ 미만은 4급 보충역으로 판정한다’는 기준의 경우, 이전에는 신장 158.6㎝도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해 현역병 판정을 했지만, 개정 이후에는 반올림을 없애 159cm 미만으로 보충역이 되도록 한 것이다. 4급 판정 가능 질환 범위도 늘렸다. 이에 따라 2015년 2만8000명이었던 사회복무요원은 이듬해 4만명, 2018년에는 5만8000명까지 늘어났다. 복무할 인력 수가 한 해 배정 가능한 사회복무요원 수인 3만4000명 수준을 훌쩍 넘어버려, 그만큼 대기자가 늘어난 것이다. 병무청이 2018년 사회복무 요원 소집 대기 기간을 종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것도 면제자 증가 폭을 키웠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의원실 제공

성 의원은 “국방부와 병무청이 현역병⋅보충역의 수급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를 근거로 병력 계획이 세워지면서 청년들이 가장 중요한 20대 전후 시기 언제 복무할지 모른 채 기약 없이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소집 대기 기간 해외여행 등은 허가를 받고 가능하지만,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취업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무청 측은 본지 통화에서 “최근 면제자 수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다시 보충역을 줄이고 현역병 판정을 늘릴 수 있도록 신체검사 기준을 재정비했다”면서 “장기 대기로 인한 사회복무요원 면제자 수가 내년부터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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