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別曲] [160] 노예근성의 어용(御用) 지식인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려면 소양(素養)이 필요하다. 급히 만들어지는 재능이 아니라 천천히 갈고 닦아 쌓는 교양이다. 그 점에서 중국의 유가(儒家)는 일찍이 육예(六藝)를 내세웠다. 예절[禮], 음악[樂], 활쏘기[射], 말타기[御], 글씨[書], 셈[數]이다.
그 나름대로 균형을 중시한 구성이다. 이 가운데 ‘어(御)’는 말이나 수레를 모는 능력이다. 요즘말로 치면 운전면허증이라고 해도 좋을까. 아무튼 이 글자의 처음 꼴은 사람이 채찍을 든 채 어딘가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거기서 발전한 뜻은 말타기, 또는 수레 몰기다. 그러나 언제부턴가는 남을 지배하거나 거느린다는 뜻이 점차 뚜렷해진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억조창생(億兆蒼生)의 머리에 올라앉은 최고 권력자 ‘임금’의 뜻도 얻는다.
따라서 어용(御用)이라고 하면 임금이 만들거나 사용하는 그 무엇, 또는 그런 상태다. 임금이 직접 만들었다는 뜻의 어제(御製)라고 적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군왕이 적은 글 어필(御筆), 그가 내린 명령 어명(御命), 임금의 초상화 어진(御眞) 등이 그렇다.
궁궐 최고 권력자가 사용하는 물건이나 인재 등이라서 ‘어용’은 때로 최고 수준의 그 무엇인가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러나 권력의 명령에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사람 처지라면 ‘노예’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현대에 들어오면 이 말 쓰임새는 퍽 밝지 않다.
요즘 내로라하는 중국·홍콩 영화감독들을 보면 황제의 발밑을 기는 ‘어용 지식인’ 모습이 떠오른다. 6·25전쟁을 소재로 한 ‘금성 대전투’ ‘장진호’ 등 사실관계를 아예 도외시한 체제 찬양 영화 제작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노예 근성의 어용 지식만이 횡행하니 문명의 뒷걸음질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마음 밝은 중국인이 있어 새 버전 ‘육예’를 만든다면, ‘홀로서기’ 항목을 꼭 넣어야 좋지 않겠나 싶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대차·기아, 싱가포르에서 신차 판매 2배 급증
- 해먼즈·허훈 앞세운 수원 KT, 지난 시즌 챔프 부산KCC에 설욕
- 尹, 필리핀 한국전 참전비 헌화…참전용사에 “감사합니다”
- 22층 건물 한가운데 ‘뻥’ 뚫렸다…유현준 디자인한 JYP 신사옥 보니
- 3연패 도전 울산, 김천 꺾고 승점 5 앞선 선두로 파이널라운드 돌입
- 신민재 싹쓸이 적시타… LG, KT와 준PO 승부 원점으로 돌려
- ‘최경주 대회’만 나오면 펄펄… 이수민, 전역 후 첫 우승
- 檢, ‘현금 제공’ 이정헌 의원 선거 사무장 불구속 기소
- 野 부산 금정 단일 후보로 민주당 김경지
- [오늘의 운세] 10월 7일 월요일 (음력 9월 5일 甲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