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출신 작가..식민주의 '이중억압' 은유하다
탄자니아 식민지 잔지바르 출신
영국서 겪은 혼란 소설에 녹여
유럽에 대한 강한 비판 대신
완곡하고 우회적인 어법
한림원의 정치적 선택 비판도
아프리카 출신 역대 5번째 수상
이 소설은 난민 출신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아프리카 동해안 잔지바르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1968년 난민 자격으로 영국에 도착한다. 난민으로서 겪은 혼란이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됐다. 한림원은 "파라다이스는 성년에 관한 이야기이자 서로 다른 세계와 신념 체계가 충돌하는 슬픈 러브 스토리"라고 평가했다.
난민 경험을 소설로 다루면서 그의 초점은 정체성과 자아상에 집중됐다. 등장인물들은 문화와 대륙 사이에서의 틈, 과거의 삶과 새롭게 떠오르는 삶의 틈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는데, 이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를 뜻한다고 한림원 측은 해석했다. 구르나는 의식적으로 관습과 단절하며 토착민의 관점을 강조하기 위해 식민주의 시각을 뒤집었다고 평가받는다.
이 밖에도 그는 바다 옆에서(By the Sea·2001), 탈주(Desertion·2005) 등 장편소설 10편과 다수의 단편소설을 출간했다. 식민주의 유산과 영국 사회의 외국인 혐오 등이 작품에 담겼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문화적 유산에 비판적인 탈식민주의 작가다.
다만 그의 탈식민주의는 기존 방식과 다르다. 그가 태어난 잔지바르는 탄자니아 본토의 식민지였는데, 탄자니아는 유럽의 식민지이기도 했다. '이중 식민지'의 억압이 가해진 것이다. 이중 억압의 경험 때문에 식민지 경험이 있는 국가도 무조건 약자가 아니라 상대적 강자임을 깨달았다. 이석호 아프리카문화연구소장(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은 "잔지바르 작가로서 이중 억압이 강하다 보니 유럽 제국주의를 직선적으로 공격하지 않는다"며 "아프리카 '본토' 출신의 작가가 서구에 저항했던 방식과는 색다른 방식"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한림원이 정치적인 선택을 했다는 비판도 있다. 유럽 독자들에겐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한 것이다. 이 소장은 "탈식민주의 작가에게 시상해 세계문학에서 유럽이 갖고 있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목표와 기존 유럽 독자들 정서에도 부합해야 한다는 요구가 맞물린 타협점"이라고 평했다.
잔지바르는 지정학·지리적으로 아프리카에 속하지만 예멘이나 아라비아 반도 출신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문화·인종적으로도 다양한 곳이라는 점에서도 그의 문학적 정체성에 영향을 끼쳤다. 이 소장은 "잔지바르가 가진 다양성이 섬세한 저항 작품을 쓸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도 했다. 왕은철 전북대 영문과 교수는 "난민으로 영국에 와서 '아웃사이더'로서 메트로폴리스를 바라보는 시각을 견지하는 작품을 썼다"며 "디아스포라적인 삶이 '정체성의 위기'와 '문화적 혼종성'이라는 형태로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구르나는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역대 5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앞서 월레 소잉카, 나기브 마푸즈, 네이딘 고디머, 존 맥스웰 쿠체가 아프리카 출신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구르나는 한국에는 번역된 작품이 없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김유태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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