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3개국 법정에 호명된 '피고 김정은'

- 2021. 10. 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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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한인 북송·웜비어 사건 등
北 인권침해·반인도범죄 관련
한·미·일서 재판.. 金 가해자 호명
새 정부 관심 가져야 역사 진보

‘북한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권고가 유엔 문서에 처음 명시된 이래 7년이 됐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의 반인도범죄를 총체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서 주요 가해자로 국가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인민보안부(현 사회안전성), 조선인민군, 검찰과 재판소, 노동당, 그리고 최고지도자, 즉 김정은을 명시했다.

북한 외교관들은 김정은을 지목하거나 암시하는 표현이 담기지 않게 하려고 결사적이었다. 전까지는 온갖 문제가 지적돼도 잡아떼고 태연하던 것과 확연히 달랐다. 그러나 당시 유엔 안팎에서는 북한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방법이 막연했다.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에 막힐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그럼에도 조사위원회가 책임추궁의 주된 방법으로 국제법정 회부를 제시한 것은 옳았다. 북한이 7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개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국제사회가 더욱 강한 행동을 취해야 할 때 근거가 될 것이다.

그동안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한국, 미국, 일본 법정에서 “피고 김정은”이 호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3개국 법정에서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성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 법원에서 김동식 목사, 오토 웜비어 살해, 2020년 한국 법원에서 국군포로 강제노역에 대해 배상 판결이 내려진 것이 대표적이다.

오는 14일에는 일본에서도 역사적 재판이 시작된다. 60여년 전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상낙원’ 선전과 적십자사의 인도주의 구호에 속아 1959년부터 1984년까지 9만3340명의 재일교포와 일본인 배우자들이 북한으로 집단 이주한 ‘귀국사업’이 있었다. 이들 북송 교포 중 탈북해 일본으로 돌아온 피해자들이 북한과 조총련을 제소했는데 그 첫 재판이 열리는 것이다.

유엔의 관심도 비상하다. 특히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제네바 본부와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법무관들은 북한의 인권침해 책임규명 작업으로 협업하면서 한·미·일 3개국 법정의 재판을 주목하고 있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재일 한인 북송’에 이어진 북한의 억류와 강제실종, 탄광 배치와 노동착취, 심각한 출신성분 차별 등을 반인도범죄로 지목한 바 있다.

최종 판결은 내년 3월 전에 나올 전망이다. 사실을 뒷받침하는 기록물과 증언이 많고, 유엔 보고서와 워싱턴과 서울의 판결도 참고할 것이므로 피해자들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 17세에 북송선을 탔다가 43년 만에 탈북해 소송에 앞장서온 가와사키 에이코는 웜비어 부모에게 용기를 얻었고, 국군포로 판결에서 희망을 얻었다. 미국 법원은 대북제재를 위반한 북한 선박을 처분해 배상을 실현할 길을 열었고, 한국 법원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김정은의 배상 책임을 대신할 것을 명령했듯이 일본 법원이 조총련 자산에 배상 집행을 내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재일 한인 북송’에는 북한과 조총련뿐 아니라 당시 일본 정부와 일본적십자사-북한적십자회-국제적십자위원회까지 6곳의 책임이 얽혀 있다. 재판 과정과 판결이 일본과 북한, 한국과 일본, 남북한 관계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편, 내년 3월 9일 당선될 한국의 새 대통령과 새 정부는 아무리 옛날의 일이라도 북한이 우리 국민에게 해를 끼친 문제를 도외시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현 여당처럼 김정은과 김여정을 치켜세우려고 하면 전보다 더 큰 국민적 분노를 살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정권을 상대로 하는 소송이 한·미·일 3국 법원에 줄을 잇고, 언론의 빈번한 보도로 ‘피고 김정은’이 국민 사이에 자연스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여러 나라 법정에 피고로 호명되고, 피해자들의 고통이 공인되며, 회복과 구제로 이어져야 역사의 진보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이 북한주민 사이에도 알려지길 바란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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