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언어 본능과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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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창세기'에 바벨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삽화는 인간 세계의 언어 다양성과 소통의 불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흔히 인용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성경에도 "언어를 혼잡케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는 말이 나온다.
언어 습득이 본능에 속한다고 해서 동물처럼 자동 반응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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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다르면 의미의 소통이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성경에도 “언어를 혼잡케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는 말이 나온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서로 불신하고 다른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스티븐 핑거의 책을 보면 이와 상반된 이야기가 나온다. 남태평양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농장주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계약노동자나 노예들을 의도적으로 섞어 놓았다. 그러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노동자들은 궁여지책으로 그들만의 혼성어를 만들어냈다. ‘피진어’라 불리는 그 혼성어는 농장주가 사용하는 단어를 일관성 없이 나열한 것으로, 문법적 구조라고 말할 만한 것이 딱히 없었다.
그런데 노동자의 자녀들이 피진어를 사용하면서 언어가 달라졌다. 아이들은 단어 나열에만 그치지 않고 어순이나 문법을 도입했고 새로운 문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아이들이 만든 언어를 ‘크리올어’라고 한다. 언어학자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크리올어’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서 인간에게 내면적인 문법장치(촘스키)가 있다는 증거로 삼았다.
스티븐 핑거는 “세 살배기 아이도 문법의 천재다”라고 말했다. 미취학 아동의 말없는 문법지식이 두툼한 문법책이나 컴퓨터 언어체계보다 훨씬 더 정교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배운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단어를 엮어 새 문장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언어 습득이 본능에 속한다고 해서 동물처럼 자동 반응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전히 언어의 학습 영역은 존재하고, 특히 쓰기 영역은 더욱 그렇다. 언어가 본능적인 속성을 지지고 있음에도 다윈은 쓰기를 양조나 제빵 같은 기술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문자는 목청에서 나는 소리와 달리 인간이 만든 도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 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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