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은 도시화 부응 서울형 골목상권 정책

- 2021. 10. 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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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행은 동네 여행이다.

처음 간 도시에서는 그곳의 명승지를 돌지만, 그 도시가 좋아지면 한곳에 머물면서 현지인의 일상을 살고 싶어 한다.

최근 '15분 도시'를 건설하는 파리가 보여주듯이, 도시학에서는 거주지 중심으로 생활할 수 있는, 즉 동네가 강한 도시를 선망한다.

이미 서울의 많은 동네에서 그 동네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로컬 브랜드들이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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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행은 동네 여행이다. 처음 간 도시에서는 그곳의 명승지를 돌지만, 그 도시가 좋아지면 한곳에 머물면서 현지인의 일상을 살고 싶어 한다. 머물고 싶은 동네가 많은 뉴욕, 파리, 런던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제주관광공사 연구에 따르면 제주 여행객의 다수가 8개 거점 지역 중 한 곳에 머물며 이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거처럼 관광버스를 타고 제주를 순환하는 여행자가 많지 않은 것이다. 서울도 동네가 다양해지면서 여행자의 행선지가 전통적인 중심지에서 동네로 분산되고 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작은 도시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장거리 이동을 어렵게 하는 코로나 위기의 장기화로 집 그리고 주거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추세라면 머지않은 장래에 서울은 다른 선진국 대도시와 같이 동네와 동네가 이어지는 수평적 도시로 변신할 것이다. 작은 도시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최근 ‘15분 도시’를 건설하는 파리가 보여주듯이, 도시학에서는 거주지 중심으로 생활할 수 있는, 즉 동네가 강한 도시를 선망한다.

그러나 작은 도시화는 자동적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동네가 시민의 직·주·락 욕구를 만족해야 가능한 모델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교통, 환경, 공공 서비스, 대형 상업시설 등 기반 시설을, 소상공인이 동네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이미 서울의 많은 동네에서 그 동네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로컬 브랜드들이 활동한다. 청년세대가 여행 가듯이 찾는 서울의 골목상권도 로컬 브랜드가 개척한 상권이다. 로컬 브랜드의 시장은 동네에 한정되지 않는다.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통해 전국, 그리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다. 한국도 머지않아 스타벅스, 나이키 등 작은 동네에서 시작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로컬 브랜드를 배출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가 동네 경제와 로컬 브랜드의 부상에 부응해 소상공인이 활동하는 동네 상권을 로컬 브랜드 생태계로 육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 발표한 ‘서울비전 2030’의 20대 핵심과제 중 하나인 ‘골목경제 부활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서울시는 프로젝트의 중심 사업으로 향후 10년간 200개의 골목상권을 ‘로컬 브랜드 촉진 지구’와 ‘로컬 브랜드 강화 지구’로 육성할 계획이다.

기존 상인의 매출 증가를 목표로 추진하는 상권활성화 사업과 달리, 서울시의 로컬 브랜드 지구 사업은 로컬 브랜드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 문화 콘텐츠 중심의 상권활성화와 지역 자원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양성이 생태계 조성의 양 축이 될 것이다.

서울형 골목상권 정책은 소상공인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작은 도시화와 소상공인 플랫폼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상권과 소상공인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가 왔다. 그동안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취약계층으로 보호했다면, 이제는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때이다. 서울시에 이어 다른 지자체도 소상공인정책을 로컬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 상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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