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 개선" 트럭 시위에 나선 스타벅스 노동자들

강한들 기자 2021. 10. 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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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스벅’ 한국 진출 22년 만에…노조 없는 직원들 첫 단체행동
송호섭 대표, 사과 e메일…사측 “취업규칙 개정 적극 검토”

22년 만에 첫 단체행동에 나선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이 7일 국내 1호점인 서울 서대문구 이대R점 앞에서 트럭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 주최 측은 “지난 몇 년간 부족한 현장 인력으로 매장을 운영해오며 파트너들이 소모품 취급당한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8일까지 서울 주요 지역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한다. 강윤중 기자

대형 화면을 실은 2.5t 규모 특장차량이 7일 서울 상암동 주요 언론사 주위를 맴돈다. 운전기사 A씨는 “우리는 행사라고 부르지만 참 가슴 아픈 행사”라고 했다. 이날 오전 한 언론사 앞에 도착한 A씨는 “(스타벅스 파트너들이) 돈도 없을 텐데, 잘 보이라고 화면을 (언론사 쪽으로) 돌려줘야지”라며 차량의 방향을 틀었다. 주요 방송사들이 포진한 이 일대 2㎞ 남짓을 이동하는 동안 스타벅스 매장 5곳 앞을 지나갔다. 스타벅스 노동자들은 이날부터 이틀간 차량 두 대를 동원해 트럭 시위에 나선다. 주요 언론사, 강남역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 국내 스타벅스 1호점 및 1000호점 앞 등에서다. 이번 시위는 과도한 이벤트와 인력난에 지친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이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뜻을 모아 진행하게 됐다. 노동조합이 없는 스타벅스에서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1999년 한국 진출 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스타벅스에는 ‘알바’가 없다. 스타벅스는 직원들을 모두 정직원으로 고용하고 ‘파트너’라 부른다. 이 중 바리스타·슈퍼바이저는 시급제로, 부점장·점장은 연봉제로 임금을 받는다. 스타벅스 파트너들의 핵심 요구는 처우 개선, 과도한 마케팅 이벤트 지양, 임금제도 개선 등이다.

시위 차량은 ‘#스타벅스파트너는_일회용소모품이_아닙니다’ ‘10년차 바리스타와 1개월차 바리스타가 똑같은 시급을 받는 임금제도를 개선하라’ 등 문구를 노출하고 운행한다. 스타벅스에서 2년간 일한 파트너 안성민씨(37)는 “프로모션이 너무 과하다”며 “잦은 이벤트로 업무량이 증가하는데 (최근 진행한) 리유저블컵 이벤트로 곪았던 부분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파트너들이 적절한 휴게공간을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매장 내부를 휴식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없고, 유니폼을 입고 쉴 경우 휴식 중임에도 고객 요청에 응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파트너들은 보통 ‘백룸’으로 불리는 공간에서 쉬지만 좁고 물건으로 빼곡한 곳도 많다. 최근 블라인드 등 커뮤니티에는 ‘대걸레 빠는 싱크대 옆에서 테이블 펴고 밥을 먹는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파트너들이 시위에 나선다는 것이 알려지자 지난 5일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e메일을 보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오는 12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던 대규모 마케팅 행사인 ‘프리퀀시 이벤트’를 연기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의 취업규칙은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사내 질서 유지와 위해 예방을 위해서 사원 출퇴근 시 또는 필요한 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소지품 검사를 행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민주노총 법률원 김세희 변호사는 “회사 내에서도 언론의 자유는 있다”며 “규정들 모두 금지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추상적이어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 및 사생활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취업규칙은 창립 초기 유통업 특성을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참조해 만들어진 규정”이라며 “창업 초기의 취업규칙 취지가 변화하는 현재의 흐름에 맞는지 등, 적극적으로 개정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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