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2021년 가을, 한국은 음악강국 도약 중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되었건만, 더위는 코로나와 함께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도 세계 도처에서는 지난해 열리지 못했던 국제 콩쿠르가 끊임없이 개최되었고, 국내에는 그간 미뤄온 음악회, 공연, 축제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기쁜 소식입니다. 세간에 1등의 우승자를 배출하기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에서 우리의 젊은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김도현이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입니다.
부소니 콩쿠르와 한국과의 인연을 잠깐 더듬어 보면, 1980년 서혜경이 1위 없는 2위에 입상하여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바 있고, 1997년 이윤수도 1위 없는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에 문지영이 10여 년 동안 1위 없는 2위만 배출해온 콩쿠르의 역사를 깨고, 아시아인 최초로 1위를 차지했고, 2017년 원재연이 2위를 했습니다.
부소니 콩쿠르 주최측은 그때부터 한국 피아니스트들의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본지에 직접 연락하여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었지요. 아무튼 올해 1위는 물론 4개 부문의 특별상까지 거머쥔 22살 청년 박재홍은 저에겐 신선한 기쁨이었고, 2위에 입상한 김도현에게도 또 한번의 응원과 다음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지난 5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는 'Five for Five'라는 제목의 공연을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차세대를 이끌 젊은 피아니스트 5인'과 함께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을 경기아트센터·예술의전당·롯데콘서트홀·성남아트센터에서 모두 6회의 공연을 통해 선보인 시간이었습니다. 1일과 2일 양일 동안 베토벤의 협주곡 4번을 선보인 박재홍은 커다란 덩치의 소유자였는데, 건반에 손가락을 얹자 젊음과 예술적 예민함을 뿜어냈습니다. 한마디로 '감성 어린 공룡' 같다고나 할까요. 부소니 콩쿠르가 열린 볼차노에서 날아온 낭보를 듣고 앞으로도 그의 행보를 지켜보며 꾸준히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의 낭보는 오스트리아에서 개최한 제28회 브람스 비올라 콩쿠르에서 온 신경식의 우승 소식이었습니다. 비올라는 바이올린과 달리 국제적인 수준의 콩쿠르가 많지 않고, 국내외 전문 연주자의 수도 드문 편입니다. 이처럼 희소성이 높은 악기가 주인공인 콩쿠르에서의 우승이라니! 그의 우승 소식은 한마디로 희소적 가치가 매우 높아 더 기뻤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국경 넘어 날아온 소식도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공연계의 부활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작년과 올해 상반기부터 연기를 거듭하던 공연들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에 제18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9.10~11.7)에 다녀왔습니다. 본지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지역의 축제에 참여했고, 개막식에 초대되었는데요. 이번 축제의 개막식만큼 신속하고 깔끔하고 화려한 개막식은 처음 보았습니다. 지역에서 개최되는 대부분의 음악 축제 개막식은 사실 지루합니다. 그 이유는 지역에 관계된 고위 공무원들과 여러 단체장이 초대되는데, 그들에게 제각각 긴 인사의 기회를 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들의 지원과 관심이 축제를 일구는 데 일조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무대에 올라 직접 마이크를 잡지 못하면, 그 인사를 담은 영상을 상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배에는 함장이 대통령보다 상석에 앉습니다. 축제라는 배에서도 상석은 축제를 일군 총감독이나 예술감독의 자리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축제를 만든 그들의 노력을 확인하고, 또 그 안목을 믿고 연일의 축제를 즐기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가끔은 이곳이 예술의 현장인지, 정치 유세의 현장인지 모를 정도로 예술가는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인들이 앞에 설 때가 있었습니다.
이번 대구에서의 개막식은 짧고 간결했습니다. 대구 오페라하우스 이사장의 간단한 두 세 마디의 인사 뒤로 객석에 금색 종이가 화려하게 휘날리며 곧 펼쳐질 오페라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었지요. 물론 개막작인 '토스카'의 러닝타임도 있었겠지만, 관객들이 곧바로 작품 속으로 빠져들 수 있도록 배려한 그 공직자의 짤막한 인사는 간결하고 상쾌했습니다. 예수가 산상수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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