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철 칼럼] '오징어 게임2' 소재가 될 대장동 게임

2021. 10. 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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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장영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최근 한국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전세계 83개 국가 전체에서 시청율 1위라는 놀라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심지어 넷플릭스가 들어가지 않는 중국에서도 오징어게임 해시태그(#) 누적 조회수가 지난 9월 30일 기준으로 무려 16억 건을 넘었고 발견된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만도 60여개나 된다고 하니 세계적 열풍을 짐작하게 한다. 벌써 오징어게임 시즌2를 기대하는 사람도 많은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진행과정도 좋은 소재가 될 것 같아 추천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빚에 시달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456명이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모여 우승상금 456억원을 놓고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드라마이다.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즐겨하던 '오징어게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등 총 6개의 게임을 통과하여야 하며 매 게임마다 탈락 또는 참여거부나 이탈시 총살당한다. 생존자들은 '보고도 믿기 힘든 경악과 공포의 살육현장'을 목격하면서도 상금 때문에 게임을 계속 진행하여 최종 1명을 제외하고는 다 죽는다. 상금을 차지한 유일한 생존자는 죽은 사람의 목숨값을 차마 쓰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10여년 이상 진행되고 있는 성남시 대장동개발 진행과정은 거대한 개발이익을 놓고 목숨을 건 게임을 하고 있어 '오징어 게임'과 유사한 느낌이 든다. 초기 1라운드에서는 공영개발과 민영개발을 선택하는 게임이었는데 민영개발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성남시장이 당선되자마자 공영개발로 돌리면서 수많은 민간 개발사업자들이 큰 피해를 입고 탈락하였다.

2라운드는 공영개발을 내세우면서도 민간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성남의뜰'이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면서 벌인 지분싸움이다. 이른바 '대장동 개발게임'에서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는 다르게 전 단계에서 탈락자가 생기면 보충하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제시한 것이다. 아무튼 새로 참여한 민간투자자들은 거대한 관권 덕분에 개발사업이 대성공할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아 지분의 43%나 출자하면서도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주가 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영개발이라고 선전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내세운 최대출자자 공공기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금융권의 민간투자자는 지분의 93%를 출자하였음에도 우선주주가 되었다. 남은 지분 7%인 3억5000만원을 출자한 회사는 주역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정체불명의 '화천대유'와 '천하동인'이다. 이들은 보통주주가 되어 의사결정권을 장악하면서 주주총회의결사항인 배당결정권을 확보하였다. 의결권이 없는 93%의 우선주주는 보통주주의 처분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권의 민간투자자들은 패배자가 된 것으로 보이는데 진실은 두고 볼 일이다.

공영개발을 내세운 관권의 개입으로 개발사업은 예상대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시세의 절반에 불과한 토지수용가, 공영개발계획 시의 예상분양가 평당 1100만원보다 2배 정도 높은 분양가, 공영개발계획보다 적은 임대주택 비중 등으로 사업은 '단군이래 최대의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하였다. 최소한 1조5000억원 내지 2조원의 이익이 난 것으로 추정되는 데 공공환수 5500억원과 성남도시개발공사 배당액 1800여억원을 뺀 나머지 거의 대부분은 3%지분을 가진 보통주주 '화천대유'와 '천하동인'회사가 차지하였다. 이들 회사에 대한 3년간의 배당금은 무려 4040억원이고 2017년 수의계약을 통해 확보한 5개 용지로 얻은 분양수익은 4500억원이상 추정된다고 한다. 공공으로 환수돼야 할 이익이 백주대낮에 정체불명의 회사에게 빼앗긴 것이다. 싼 값에 토지를 수용당한 사람, 고가로 분양받은 사람 그리고 임대주택을 기대했던 사람, 강제로 끌려온 사람들 역시 패자가 되었다.

이제 3라운드 게임이 시작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과는 달리 숨어서 공영을 내세워 거대한 개발이익을 대부분 차지한 자들이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 식의 사기도박구조를 밝히는 게임이다. 신종 '술래잡기' 게임이다. 공명정대하면서도 술래 잡는 능력이 있는 추적전문가가 투입돼 당시 권력 가진자와 대권을 암시하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자금흐름 등을 추적하면 국민의 재산을 강탈한 사기도박 구조를 만든 자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비리를 옹호하고 궤변으로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자들은 이제 쓸쓸히 공원묘지 '성남의뜰'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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