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국감서 이슈로 떠오른 '비대면 진료·처방약 배달'
[경향신문]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 근간을 흔들고 있다.”(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
“지금까지 정말 많은 환자분들이 저희를 통해 도움을 얻었다. 단순히 한시적으로 운영된다고 믿고 싶지 않다.”(장지호 비대면 진료 및 처방약 배달 플랫폼 ‘닥터나우’ 대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둘러싸고 약물 오남용과 민감 정보 유출 우려가 크다는 입장과 비대면 의료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 맞섰다. 현재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 이상일 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
김대업 회장은 이날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일반 상품과 달리 약은 필요한 경우 가장 적절하게 최소량이 사용돼야 한다”며 “하지만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졸피뎀 같은 수면제, 마약류 의약품, 발기부전 치료제, 식욕 억제제를 미끼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비대면 플랫폼에서 오간 비급여 처방 의약품 통계를 내놓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정부가 중심이 된 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 기업에 맡긴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약사 출신인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대면 진료가 일정 부분 순기능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민감 정보 유출이나 의약품 안전 관리, 비대면 진료 과정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보건의료체계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니콘 기업 육성 차원에서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재택치료 확대로 일부 구청 보건소가 닥터나우와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정부가 제공하지 못하는 의료 사각지대를 오히려 닥터나우가 메꾸고 있는 현상도 나타난다”며 “민간과 공공이 상생해야 하는데 민간을 죽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운영사도 정부 차원의 감독체계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장지호 대표는 “민간에서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되 정부에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규정과 감독 체계를 만들면 많은 환자분들이 잘 쓰고 있는 것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입장에서 (비대면 진료의) 편익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드러난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처방을 제한하고 당초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달 시작하는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허용될지는 미지수다. 권 장관은 “현재 ‘심각’ 단계인 위기 단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정부 내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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