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북미협상 첫 단계서 '스냅백' 단서로 제재 완화해야"

통일연구원 국제학술회의.."북한, 사실상 핵보유국되면서 새 협상 더 어려워져"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김경윤 기자 = 미국이 '스냅백'(제재 복원) 조항을 단서로 대북제재를 완화해주는 것이 북핵 협상의 첫 단계가 될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CG) [연합뉴스TV 제공]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7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북한 핵·미사일 개발 현황과 창의적 북핵 해법의 모색' 국제학술회의에서 북미협상과 관련해 "최초 단계에서 제재 완화를 내어주는 대신 북핵을 동결해야 한다"며 "도발·실험·확산금지 중 하나를 위반하면 다시 되돌리는 스냅백 조항과 연계(할 것)"를 제언했다.

스냅백은 협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완화한 제재를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조항을 말한다. 2015년 이란 핵 협상 당시에도 이 같은 스냅백 조항이 포함됐다.

고스 국장은 북미협상 과정에서 "평화 체제 이행에 중점을 둔 호혜적 단계를 도입해야 한다"며 "북한이 갈망하는 경제, 안보 보장을 먼저 내어주고 나쁜 행동을 보상하지 않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를 미국 대북전략의 단일 목표로 간주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비핵화는 협상 마지막 단계에서 다뤄져야 한다"라고도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했던 '탑다운' 방식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대북 특사를 임명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북한에 단번에 비핵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여차하면 되돌릴 수 있는 조치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차근차근 협상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는 데는 한미 전문가들도 의견을 같이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협상) 첫 단계에서 합의하고 성과로 도출될 수 있는 경험을 한번은 가져야 한다"며 "가역적인 조치를 교환하고 최종 단계에서 불가역 조치를 교환하는 아이디어를 만들면 어렵지만 진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 선임연구원도 "스냅백 방안을 지지한다"며 "핵분열물질 생산이나 영변 원자로 폐쇄만 너무 집중하지 말고, 북핵 동결이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기술을 계속 발전시키면서 북핵 협상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철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향후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진전시킬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북핵 협상을 하기 더 어려워지고 새로운 협상을 시작해도 지금보다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북핵 협상은 핵무기 보유국이 아니었던 과거 북한이 아니라 사실상 핵보유국인 현재와 미래의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며 "핵 비보유국과 사실상의 보유국에 대한 협상은 같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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