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결혼 못하는 이유[광화문]

김경환 정책사회부장 2021. 10. 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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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적령기를 맞은 30대가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혼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는 것안 바로 치솟은 집값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 인구·가구 기본 항목'에 따르면 30세 이상 인구 중 미혼인구 비중은 2015년(13.2%)보다 1.5%포인트 늘어난 14.7%였다.

특히 이 가운데 결혼 적령기인 30대 미혼인구 비중은 지난 1990년 6.8%에서 2000년 13.4%, 2010년 29.2%, 2020년 42.5% 등으로 지속해서 늘면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30대 인구 10명 중 4명은 미혼인 셈이다. 특히 30대 남성은 미혼자 비중이 50.8%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 조사에 따르면 결혼 의향을 묻는 질문에 30대 응답자 10명 중 6명이 '결혼하고 싶은 편'이라고 대답했다. '하고 싶지 않은 편'이거나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24.4%였다. 안타깝게도 결혼을 하고 싶지만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을 꺼리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남자의 경우 '집이나 재정적인 부분 등 현실적으로 결혼을 위한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51.1%로 가장 높았고,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은 29.8%에 그쳤다.

결혼하고 싶지만 결혼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된 셈이다.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게 좋아 결혼 하지 않는 남성도 있겠지만, 가정을 꾸리는데 필요한 충분한 돈을 벌거나 집을 마련하기 힘들어 결혼을 포기하는 남성이 늘었다는 사연을 보여준다.

젊은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은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은 올해 4월 11억원을 넘어선데 이어 이제는 12억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대비 2234만원 오른 11억997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집값이 높은 이유는 무수한 이유가 있겠지만 수도권 일극주의 탓이 크다는 판단이다. 국토 면적의 12%인 수도권에 전 인구의 50%,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밀집해 있다. 모든 인프라와 일자리, 사람이 수도권으로 모이다보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제 막 취직한 청년들이 연봉을 한푼도 쓰지 않고 십 수년을 모아야만 겨우 집을 살 수 있는 현실은 결혼도 아이도 포기하도록 만드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이미 수도권은 포화상태다. 반면 비수도권은 기업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소멸을 우려한다. 수도권 일극주의가 지속되면 비수도권 지역은 물론 수도권까지 공멸할 위험이 크다. 낮은 저출산으로 야기된 인구절벽은 이를 방증한다. 이미 우리나라 인구는 예상보다 9년 빠른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집값, 저출산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지역에도 양질의 일자리와 문화, 교육, 의료가 보장되는 다극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 지방이 실제로 사람들이 살기 좋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주거, 업무, 상업, 문화, 교육, 의료 등 모든 기능이 집약된 거점 도시를 부·울·경,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 각 지역마다 구축해야 한다. 청년들이 수도권에 가지 않더라도 지방이 살기 좋은 곳이란 점을 느낄 성공모델을 만들어야지만 수도권을 향한 발걸음을 멈출 것이다. 지금과 같은 낡은 인프라와 구시대적 마인드, 소규모 투자로는 그 어떤 위기도 막을 수 없다.

다행인 점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굳이 얼굴을 마주하지 않더라도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업무의 지리적 장벽이 무너졌다는 얘기다.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국가 설계를 새롭게 시작해야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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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정책사회부장 kenny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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