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학봉 전문기자의 Special Report] “내년 집값 급등 안 할 이유 없어” VS “금리 올려 급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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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전국 집값 상승률이 14.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도시 등 공급 확대 정책에 이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전세자금대출까지 줄이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문재인 정부 2차 집값 대폭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택 시장이 과열되면서 내년에도 집값 급등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해의 집값 폭등을 예측했던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장 등 이른바 ‘스타 전문가’들은 “내년에 집값이 급등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전세와 매매 모두 급등을 예상하는 이유로 입주 물량 감소, 매물을 감소시킨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 임대차 3법 부작용 등을 꼽는다. 반면 김경민 서울대 교수,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 김기원 데이터노우즈대표 등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과도한 집값 급등 반작용 등으로 가격 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금리 인상 폭에 따라 10% 이상 하락 전망도 나온다.
◇“아파트 입주 반 토막” VS “연립, 오피스텔 입주 급증”
상승론의 대표적 근거는 입주 물량 감소다. ‘부동산 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 4만9415가구에서 올해 3만1211가구, 내년 2만463가구로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재건축, 재개발 규제 탓이다. 입주 물량 급감이 전세와 매매 시장의 불안을 초래, 가격을 밀어 올린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신도시 공급 폭탄’을 강조하지만, 토지 수용과 건설 기간 등을 감안하면 신도시는 2026년 이후 입주가 시작된다.
반면 하락론자들은 입주 물량 감소와 집값의 상관관계를 부정한다. 이기원 테이터노즈 대표는 ‘입주 물량 감소=집값 상승’은 일반 상식의 오류라고 주장한다. 2017~2018년 ‘공급 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입주 물량이 급증했지만, 오히려 집값이 올랐다. 입주 물량이 감소했던 2011~2013년에는 집값이 하락했다. 더군다나 국토부는 연립주택 등 비(非)아파트와 공공 부문을 포함한 서울 주택 입주 물량이 올해 8만3000가구, 내년 8만1000가구로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공사 기간이 짧은 도시형 원룸주택과 오피스텔의 공급 증가도 주택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급등이 최대 악재” VS “정책 변화 없으면 상승”
하락론자들은 소득 증가 속도를 뛰어넘는 집값 상승이 집값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간 소득 가구가 표준적인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 주택을 사는 경우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주택구매부담지수가 이미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주택구매부담지수가 100일 경우, 소득의 25%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의미인데, 서울의 부담지수는 2분기 172.9로 사상 최고치다. 소득의 43%를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셈이다. 금리가 오르고 대출이 규제돼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수요자들이 급감한다는 주장이다. 서울 다음으로 부담지수가 높은 세종(140.4)은 매매와 전세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93.4)와 인천(72.2)은 물론 지방은 여전히 100 이하를 기록, 이 지수만 놓고 보면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
반면 상승론자들은 정부가 집을 팔 수 없도록 막아 놓은 세금 정책이 매물 감소를 초래, 집값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난 6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최고 75%로 올렸다. 너무 높은 세금 탓에 다주택자들이 매도보다는 증여를 선택,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 또 다주택자 보유세 중과세 정책이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촉발, 일부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평당 1억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규제 위주의 정부 정책 변화 없이는 집값 안정은 요원하다는 것이 상승론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 vs “초저금리 폭등 종말”
상승론자들은 금리가 완만하게 오르는 것은 경기 회복의 신호이기 때문에 집값에 악재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상승론자들은 주택담보대출이 15억원 이상 주택은 이미 규제돼 있고 9억원 이상도 LTV(담보인정비율)가 20%에 불과, 금리 상승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하락론자들은 집값 폭등이 코로나 경기 침체를 막으려는 초저금리 탓에 촉발됐다고 진단한다.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만큼, 초저금리로 인한 자산 가격 상승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한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기준금리가 1.5% 정도까지 오르는 시점에 서울 집값이 10~17%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락론자들은 금리 인상과 전세 대출 규제로 전세 가격 상승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본다. 부동산 전문 유튜브 채널인 라이트하우스, 쇼킹부동산, 리얼아이박감사 등은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분양 등 선행 지표로 변곡점 확인
집값 하락 시점과 하락 폭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 점쟁이의 영역일 수 있다. 하지만 하락과 상승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선행 지표는 있다. 주택 미분양 물량과 청약 경쟁률 추이가 대표적이다. 미분양 주택의 지속적 증가는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적 감소는 회복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은 어떨까. 2015년 6만가구가 넘던 미분양 주택이 2019년 4만7000여 가구로 감소하다 집값 급등 영향으로 8월 말 현재 1만4864가구로, 사상 최저치로 줄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냉각되려면 미분양 물량이 5만~7만가구 정도로 늘어나야 한다.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줄고 있지만, 대구는 8월 미분양 주택이 2365가구로 전월(1148가구)보다 1217가구 증가했다. 대구는 전세와 매매 시장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청약 경쟁률도 지표가 된다. 청약 경쟁률 하락은 주택 매수 심리의 냉각을 의미하는데 최근 서울 청약 경쟁률은 사상 최고치 수준이다.
김선덕 전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은 “무한정 집값이 오를 수 없기 때문에 언젠가 조정을 받겠지만 전반적 경기, 금리, 심리 등 변수가 많아 그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면서 “미분양 물량 증가 등 선행 지표상으로는 조정 징후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승론자들도 무한정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지는 않는다. 주택 입주가 늘어나면서 이르면 2023년부터 집값이 내림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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