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다주택자 중과세, 임대료·집값 상승만 부추긴다
정부는 최근 주택 가격 상승 원인을 다주택자들의 투기 수요로 보고, 그들의 주택 매도를 유도하고자 보유세 강화,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기존 혜택 축소 등 징벌적 과세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은 워낙 고가(高價)이기 때문에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아 구입을 미루거나 구입 의사가 없어 임대주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LH가 공공 임대 주택 한 채를 공급하려면 부채가 1억원 이상 증가한다. 반면 다주택자는 정부에 재정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다주택자의 이러한 순기능을 무시하고 중(重)과세를 하면 임대주택 공급이 줄고 그만큼 임대주택을 이용하던 무주택자들이 주택 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즉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는 신규 주택 공급이 아니고, 주택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늘리기 때문에 주택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가 부유층에 대한 과세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저가 주택을 다수 소유한 다주택자가 고가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 또는 고액의 전세를 사는 무주택자보다 부유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주택자에게 부과한 세금은 임차인에게 일부 전가되어 임대료가 상승하게 된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주면 이들이 공급해온 임대주택이 노후화되어 멸실되어도 신규 주택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상승하고 주택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외지로 밀려나거나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는 정부 의도와 달리 주택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주택 가격과 임대료를 상승시켜 결국 무주택자에게 피해를 준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