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문화경제시대] 디지털 시대, 가난해지는 음악을 살리려면
남자 아이들 둘을 키우다 보니까 음악을 제대로 들을 여건이 되지 않았다. 올여름 큰맘 먹고 10년 전에 쓰던 앰프와 스피커들을 살려냈다. 먼지가 너무 많아서 회로가 부식된 앰프도 살려냈고, 오래된 진공관 앰프도 고쳤다. 결혼하기 전에 쓰던 오래된 스피커들도 다시 설치했다. 그렇게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제일 먼저 들은 게 공교롭게 ‘해금살롱’이라는 국악 밴드였다. ‘free to fly’라는 음악을 제일 먼저 들었는데, 너무너무 좋았다.
정겨운은 해금 연주자다. 2016년과 2018년에 앨범을 냈다. 그리고 기타와 키보드로 구성된 국악 밴드 해금살롱을 만들었다. 해금으로는 일본에서 먼저 유명해진 꽃별의 음악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음악이 좋기는 한데, 뭔가 좀 무거워서 딱 내 정서는 아니었다. 진주난봉가를 편곡한 정수년의 ‘진추유희’를 아주 즐겁게 들었던 적이 있었고, 성의신, 한다혜, 안진성, 김애라 등이 해금으로 내 플레이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이다. 해금 연주를 즐겨 듣기는 하는데, 해금살롱은 보사노바 스타일의 ‘늴리리야’같이 듣기에 편하고 리듬감도 경쾌한 음악들이 많았다. 궁상맞지 않다. 딱 이거다 싶었다. 외국 손님 선물용으로도 이 이상 없을 것 같다.
나는 해금살롱의 새로운 음악들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듣고 싶다. 무엇을 해야 할까? CD도 선물용으로 몇 장 샀고, 음원도 구매했다. 몇 년 전에 서울시 지원을 받아서 버스킹한 동영상이 있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튜브에 응원한다고 댓글도 달았다. 가벼운 ‘팬질’을 했는데, 코로나 이후로 공연도 어려워져서 이래저래 어려울 것 같다. 이 작은 국악 밴드가 음악을 계속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경제적으로만 말하면 음악 시장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 1997년 데이비드 보위가 자신의 음반들의 미래 수익을 기반으로 ‘보위 본드’라는 이름의 유동화증권을 발행해서 500억원 정도를 손에 쥔 적이 있다. 최초이자 거의 마지막 음악 유가증권이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MP3 압축 파일이 등장했고, LP나 CD를 사야 음악을 들을 수 있던 시대가 마감되었다. 보위 본드를 산 사람들은 망했다. 어쩌면 음악의 전성기는 LP 시절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재즈 빅밴드를 보기 어렵다. 빅밴드 활동비를 음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D 전성기에는 카라얀을 비롯한 유명 지휘자들이 연달아 앨범을 내고 다 성공했다. 요즘 사람들이 듣는 오케스트라의 많은 음악이 20세기에 녹음된 것들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음악에 훨씬 적은 돈을 지불한다. 만원 내외의 월 사용료만 내면 스트리밍 무제한이다. 스웨덴의 스포티파이 등 음원 회사들이 한정된 소비자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한국 시장을 놓고 곧 한판 승부가 벌어질 예정이다. 영화의 OTT와 비교할 수 있는 구독 경제로 바뀐 게 이미 몇 년 전이다. 더 화려해진 것 같지만, 개인이 음악에 지불하는 돈은 줄어들었으니까 시장 전체가 훨씬 작아졌다. 송강호 같은 유명 영화배우는 TV에 잘 안 나온다. 반면 가수들은 기회만 되면 TV에 나온다. 음악 시장이 작으니까 충분한 수입이 장기적으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의 딜레마다. 문화의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면 소비자들은 편해지지만, 생산자들은 생산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디지털이 강화되면, 많은 언론이 기자들 월급 주기조차 쉽지 않아진다. 가성비만 따지면 문화가 살아남기 어렵다.
영화⋅연극 혹은 미술 등 다른 예술에 비하면 음악이 가장 먼저 디지털화가 이루어진 분야다. 일부 인기 있는 장르 아니면 문화 다양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청년의 빈곤화, 가장 음악을 많이 들을 청년들이 가난한데, 좀 더 비싸게 사주라고 하는 것도 미안한 얘기다. 문화 바우처 형식으로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음원 구입비를 지원하는 것은 해볼 만한 정책이 아닐까 싶다. 음원 분배 방식의 제도적 정비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음악에 더 쉽게 접근하고 더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이것도 문화 복지의 일부다. 국악, 인디 뮤직, 청년 밴드, 교회나 드라마 삽입곡 아니었으면 벌써 한국에서 사라졌을 음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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