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개구리 왕자님
[경향신문]
우리말은 하나하나 별처럼 총총해. 어둡다고 하면 뒤따라 밝다고 하는 말이 떠오르지. ‘어둡’ 하면 입을 다물지만 ‘밝’이라고 하면 입을 열지. 콜드플레이와 BTS가 요즘 같이 입을 열어 노래해. “어둠이 내겐 더 편했었지. 길어진 그림자 속에서… 그들은 우리가 함께하지 못할 거라 했지. 우리가 다른 곳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너는 내 별이자 나의 우주. 지금 이 시련도 결국엔 잠시. 너는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밝게만 빛나줘. 우리는 너를 따라 이 긴 밤을 수놓을 거야.” 낯선 이방인들까지도 품어주는 별과 별빛들. 마음을 모으면 이 시련도 이길 수 있어.
가을비가 내린 산골엔 밤톨이 굴러다닌다. 먹는 밤과 어둔 밤이 더불어 살지. 마당에 모닥불, 밤을 던지면 뚝딱 군밤으로 변신해. 군밤을 까먹으며 불멍 별멍. 천체망원경이 하나 있었다. 요샌 성능이 좋아져서 팔뚝만 한 녀석도 별이 확확 보인대. 저번 친구랑 뭔 얘길 하다가 그럼 구해보겠노라 알아보더니 미국에다 주문을 넣었는데 발송지는 중국. 칭기즈칸 이후 세계를 다시 아시아가 차지한 듯해. ‘마이 유니버스’를 들으며 밤별을 보고 있자니 따뜻한 모과차 생각. 엊그제 친구랑 전시를 보고 어디서 모과차를 마셨는데 설탕 맛만 가득하더군. 내일은 모과를 사다가 차를 담그련다. 패딩을 입고 새 식구가 된 망원경으로 별구경 삼매. 자랑해야지. 친구들에게 전화를 쭉 돌렸다. ‘뉴스 보다가 욕 안 하기, 예배 중에 헌금 안 하고 버티기, 소주 없이 회 먹기.’ 이런 거 버티기 어렵듯 재미난 일을 자랑 않고 버틸 순 없지.
천주교인 친구는 요새 손바닥에 주님 주자를 써서 돌아다닌다며 웃음. ‘왕’보다는 주님을 섬겨야 할 일이지. 손바닥에 볼펜으로 여학생 전화번호를 따서 다녔던 청춘도 있었는데, 그게 내 인생 최고의 때가 아니었나 싶네. 연잎 그늘에 사는 개구리께옵서 그만 방에 들어가시란다, 개골개골. 네~엡! 개구리 왕자님!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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