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미래라는 동전의 양면

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 2021. 10. 7.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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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1

불확실한 미래라는 동전에는 두려움과 희망이 새겨져 있다. 진시황은 분열된 중국을 통일해 중앙집권적 제국체제의 기틀을 세운 영웅이었다. 이룬 것이 큰 만큼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그만큼 컸다. 나라 밖으로는 북방 유목민족을 두려워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만리장성을 쌓았다. 안으로는 다른 사상으로 제국이 분열될 것을 두려워했다. 분서갱유를 자행해 중국 역사상 최악의 폭군이 됐다. 죽음을 끝끝내 두려워했다. 70만명이 동원된 진시황릉을 세우며 국력을 낭비했다. 진시황이 50세 나이에 사망하자 4년 뒤 진 왕조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진시황이 두려움에 매몰된 것만은 아니었다. 통일제국의 영원한 번영을 위한 희망을 키워갔다. 지역에 따라 여러 형태로 사용되던 한자를 통일했다. 이로써 효과적인 소통과 교육이 가능했다. 크기, 부피, 무게를 재는 도량형을 통일했다. 운하를 정비하고 수레바퀴의 폭을 표준화해 물류의 효율성을 높였다. 효율적인 국가경제로 국부를 쌓았다. 광활한 제국을 5차례나 순행하며 직접 살폈다. 진시황이 이와 같은 희망에 더 중심을 두었다면 역사와 평가는 달랐을 것이다.

희망을 미래의 중심에 두었을 때 세계는 우리 경제를 한강의 기적이라 했다. 1966년 당시 정부는 국가경제의 주춧돌이 될 종합제철소 건설을 추진했다. 미국, 영국, 서독을 포함한 5개국, 8개사로 대한국제제철차관단(KISA)을 구성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실패 시 부담을 줄이기 위해 60만톤으로 규모를 줄이고 설비도 최소화했다. 눈앞의 국내 철강수요에 따른 최종 제품을 목표로 했다. 건설과 생산에서 정부의 파격적 지원을 요구했다. 세계은행은 두려움에 기초한 KISA 보고서를 거부했다. 당시 정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경제분석실을 중심으로 새로운 계획수립에 착수했다. 우리 경제가 크게 성장할 것을 믿었다. 수출까지 목표로 삼았다. 미래 철강수요를 근거로 하되 경제성과 확장성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다.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계획이었다. 1973년 계획서에서 명시한 103만톤 규모의 포항제철이 문을 열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 사회가 느끼는 두려움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인 10명 중 6명은 자식세대가 부모세대보다 가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선진국 국민의 보편적인 인식일 수 있다. 조사에 포함된 13개 국가 중 일본과 프랑스가 77%로 가장 높았고 그뒤를 이탈리아 72%, 스페인 71%, 미국 68% 순이었다. 우리보다 낮은 국가는 스웨덴 43%, 독일 50%, 네덜란드 54%에 불과했다. 문제는 추세다. 다른 국가는 과거보다 개선되거나 비슷했지만 우리는 2013년 37%에서 2021년 60%로 급속히 악화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의원은 청년층이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하는 '영끌 빚투'가 심화한다고 우려했다. 청년층이 체감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경제가 심리'라면 '미래도 심리'다. 우리 사회를 이루는 주요 주체들이 어떤 미래를 믿느냐에 따라 선택과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만큼 수백만 가지의 꿈을 담아 희망을 키울 수 있는 훌륭한 그릇은 없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희망의 씨앗을 제공해 미래에 대한 심리를 두려움에서 희망으로 돌려놓는 일, 과학기술계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연구자부터 두려움이 아닌 희망을 향해 대담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 물론 시작일 뿐 충분하진 않다. 하지만 출신지를 따지지 않고 인재를 써야 한다는 '간축객서'(諫逐客書)로 유명한 진시황의 책사 이사는 이렇게 응원할듯하다.

"태산이 거대한 것은 작은 흙 하나하나가 쌓였기 때문이며, 바다가 깊은 것은 작은 물줄기가 모이고 모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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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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