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라이브]연휴에 내리 쉬어도 기운이 없는 이유
“연휴를 내리 쉬었는데도 왜 이리 기운이 없지”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반면에 “피곤하다”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운없다’와 ‘피곤하다’, 같은 말 같지만, 의미는 크게 다르다. 피곤은 자신이 갖고 있는 활동 에너지를 소진하고 그 이상 움직이거나 머리를 쓴 경우다. 심신 과부하로 신체 활동 능력이 떨어진 상태다. 그 결과 주의력이 떨어지고, 동작이 느려지고, 두통, 시야 흐림, 어깨 결림 등이 생길 수 있다. 수면 부족도 피로를 축적시키는 원인이다.
‘기운없다’는 근육 힘이 약해졌다는 의미다. 이전에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활동을 지금은 힘이 없어 하기 힘들어진 상태를 말한다. 근육이 줄면 당뇨병, 고지혈증이 악화되고,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3~5배 증가한다. 치매 위험도 높아진다. 나이든 엄마가 매일 쏘다니는 아들보고 “나는 한 시간도 힘들던데, 너는 기운도 좋다”고 말하는데, 그건 근육 차이를 말한다.
김광준 연세대의대 노년내과 교수의 ‘피로와 기운 이론’에 따르면, 피곤함은 몸에 쌓인 독성물질이 해독이 안 된 상태를 말한다. 이건 회복의 문제다. 해독에 관여하는 간,신장, 근육 등에 이상이 없다면 쉬면 좋아진다. 반면 기운 없음은 에너지가 없다는 얘기다. 힘을 나게 하는 영양분을 섭취하고 근육을 키우면 기운은 돌아온다.
따라서 해독이 덜 이뤄지는 질병 즉 심부전,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간이나 신장 기능 저하 환자들은 피곤함을 많이 느낀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반면 근감소증 상태에서는 별다른 질병이 없어도 피곤함보다는 기운 없음을 호소한다.
근력 약화는 영양부족으로도 인해 발생한다. 먹는 게 부실하면 근육에 필요한 에너지가 고갈되고, 움직이기 힘들어진다. 운동량이 줄면서 결국 근육량이 준다. 밥심으로 일한다는 게 틀린 얘기가 아니다.
피로는 신체 전반 회복 능력 감소이고, 기운 없음은 근육 약화가 핵심이다. 피로한 자는 심장, 폐, 간, 신장 기능 회복과 재활이 필요하고, 기운 없는 자는 영양 공급과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 연휴를 쉬어도 기운이 없으면 피곤한 게 아니라 근육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신호다. 이 경우 쉴수록 근육이 줄어 더 기운이 없어진다. 기운이 없다면, 되려 움직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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