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전통놀이를 돌려주자 [아침을 열며]

2021. 10.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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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한국 제작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안타깝게도 어릴 적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전통놀이들은 근현대박물관에 가야 체험할 수 있는 옛것이 되어 버렸고, 약간의 여가 시간은 디지털게임에 내주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외국인들에게 전통놀이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문화 인프라를 갖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몇 년 전 다녀온 아해한국전통문화어린이박물관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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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세계는 지금 한국 제작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고 있다. 자타공인 세계 1위의 문화 콘텐츠가 되었으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패러디가 등장하고 게임용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판매되는 또 하나의 한류 신드롬이 일고 있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잔혹한 서바이벌게임의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단계마다 등장하는 '게임'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오징어게임 등은 외국인들이 접하기에도 쉽고 재미있고 창의적이다. 이는 한국의 성인이라면 어린 시절에 즐기던 전통놀이들이다.

놀이의 가치는 즐거움에 그치지 않는다. 놀이를 통해 친구를 만들고, 규칙을 배우고, 선의의 경쟁과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고 전략적 사고도 한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성장에 필요한 '밥'이며, 그 자체가 아이다운 삶이다. 그런데 오늘날, 안타깝게도 어릴 적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전통놀이들은 근현대박물관에 가야 체험할 수 있는 옛것이 되어 버렸고, 약간의 여가 시간은 디지털게임에 내주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우리의 추억과 박물관 속의 놀이들을 끄집어 내 세계적 콘텐츠로서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드라마를 보며 전통놀이야말로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편안하게 소통하며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수단임을 확인한다. 핵가족화와 개인주의로 세대 간 단절이 심각한 요즘 사회에 필요한 세대 간 공감과 통합이 보였다. 또한 힘을 써야 하는 줄다리기 게임에서 가장 힘이 없는 오일남 할아버지의 지혜로 줄다리기를 이긴 대목도 인상적이다. 디지털 사회에서 지식 소외계층이 되어가는 노인이지만 젊은 사람들보다 풍부한 인생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가 있는 어르신이다. 이처럼 전통놀이는 과거와 현재의 가교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아이들에게도 그렇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데, 전통놀이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미래사회 인재에게 요구되는 역량이라는 창의성, 협력, 의사소통,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데도, 한국적 정서를 공감하는 데도 더 없이 좋다. 아이들에게 놀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면, 좋은 전통놀이를 접할 권리도 보장해줘야 한다.

놀이의 중요성에 비해 정부의 놀이정책은 이제 시작단계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놀이혁신사업에, 한국적이어서 세계적일 수 있는 전통놀이에 대한 정책도 비중 있게 다루어졌으면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외국인들에게 전통놀이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문화 인프라를 갖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몇 년 전 다녀온 아해한국전통문화어린이박물관이 떠오른다. 전통놀이에 대한 역사와 유물이 잘 보존되어 있고 무엇보다 숲에서 직접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어, 아이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좋아할 만한 의미 있는 곳이다. 최근 이 숲이 토지수용대상이 되어 사라질 위기에 있다하니 아이들의 것을 빼앗는 느낌이다. 전통놀이가 한류의 주역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정부는 전통놀이의 역사적 가치를 보여주는 박물관을 보존하고, 지역사회마다 쉽게 놀이할 수 있는 생활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통놀이라는 범주의 팽이치기, 윷놀이, 연싸움 등을 아이들에게 더 이상의 전통놀이가 아닌 생활놀이로 돌려주는 정책을 해보자.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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