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수서 비리와 대장동 게이트
화천대유 측 특혜·로비 정황
검경의 뒷북수사 불신 키워
토건비리 악순환 뿌리 뽑길
세계일보는 1991년 2월3일 자 1면에 ‘수서택지분양 특혜 정·경·관 유착 의혹’제하의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이 특종보도는 6공화국 최대 권력형 게이트인 ‘수서비리’가 세상에 드러나는 도화선이었다. 기사에는 청와대와 당시 야당인 평화민주당이 서울 강남구 수서지구 분양과 관련해 서울시에 협조공문을 보낸 사실이 담겼다. 한보그룹이 정치인과 공무원에게 뇌물을 뿌려 무주택 서민에게 분양하기로 했던 수서지구를 특혜 공급받아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사의 대응은 궁색하다. 지난달 중순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 사업”이라며 “이 설계는 제가 한 것이고 유 전 본부장이 실무자였다”고 했다. 유 본부장 구속 이후에는 “개발이익의 독식을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민간 사업자가 개발수익을 나눠 갖는 건 스스로 설계해야 할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민간 개발업자나 국민의힘을 ‘마귀’, ‘돼지’에 빗대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대통령 후보의 언행이나 품격과는 거리가 멀다.
이게 다가 아니다. 대법관과 전 검찰총장·특별검사·수원지검장, 피고인과 변호사, 언론인과 개발업자들이 공생관계를 맺은 의혹이 꼬리를 문다. 작년 7월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대법원 판결에 즈음해 화천대유 사주 김만배씨가 권순일 전 대법관을 빈번하게 방문해 재판거래 논란이 불거진다. 김씨는 고문을 지낸 박영수 특검의 인척 사업가에게 100억원을 건넸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도 미덥지 않다. 뒤늦게 전담수사팀이 꾸려졌는데 요직에는 친정부 성향의 검사가 많다. 수사 기본인 자금추적과 압수수색도 더디다. 편향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피의자에게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년 전 수서비리 수사 때 검찰은 정태수 회장과 여당·야당의원 등 9명을 구속했지만 외압 실체를 밝히지는 못했다. 진실은 2년 뒤에야 밝혀졌다. 1995년 김영삼정부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수사했는데, 정 회장이 4차례에 걸쳐 150억원의 비자금을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은 대가로 서울시에 압력을 넣어 한보 측에 택지를 특별 공급하도록 했다. 대장동 수사도 꼬리 자르기에 그쳐 수서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래서는 정권마다 터지는 토건 비리의 악순환을 막을 길이 없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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