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없는 브라질, 호주보다 핵잠수함 먼저 만든다
미국·영국·호주 3국의 안보 협력체 ‘오커스(AUKUS)’가 첫 프로젝트로 호주의 ‘핵(核)잠수함 선단’ 창설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남아메리카 맹주를 노리는 브라질이 호주보다 앞서 핵잠수함을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전 세계 핵잠수함 보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게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브라질이 핵잠수함을 갖게 되면 핵무기 비보유국 중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호주는 앞으로 약 18개월간 미·영과 공동 연구를 하고, 빨라야 후년에야 잠수함 건조에 착수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브라질은 이미 핵잠수함의 기본 설계를 끝냈으며 작년 10월엔 원자력 엔진 제작에 착수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2030년대 초엔 브라질의 첫 핵잠수함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현재 원자력 엔진을 장착한 잠수함은 전 세계적으로 총 129척에 불과하다. 미국이 68척을 보유해 가장 많고, 이어 러시아(29척), 중국(12척), 영국(11척), 프랑스(8척), 인도(1척)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과 호주가 핵잠수함을 갖게 된다면, 국제사회에서 이 두 나라의 군사적 비중은 크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 브라질은 당장은 1척만 건조할 예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6척을 보유할 목표를 갖고 있다. 호주는 최종 8척을 보유할 예정이다.
브라질은 약 8000㎞에 달하는 해안선과 그 바깥의 배타적경제수역(EEZ·자국 연안에서 200해리)을 지키기 위해 핵잠수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대한 해역을 24시간 순찰·경비하려면 한 번에 수개월 이상 작전이 가능한 핵잠수함이 필수적이란 것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우루과이 등은 “브라질이 주변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핵잠수함을 보유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브라질은 자국의 EEZ가 연안에서부터가 아니라 해저에 뻗어있는 “대륙붕으로부터 200해리”라고 강변하고 있다.
브라질의 핵잠수함 개발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브라질 군부 정권은 해군 주도로 핵무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무기화가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 확보 전 단계로 저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소형 원자로 기술 확보에 나섰다. 이 계획은 1985년 문민정부 등장 이후에도 계속되다 1990년대 경제 위기로 중단됐다. 이후 2003년 좌파인 이나시우 룰라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부활했고, 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이르러 결실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 핵잠수함 프로젝트는 군 출신 보우소나루와 그의 측근들이 예산을 몰아준 덕에 더욱 추진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핵잠수함 건조는 프랑스 나발(Naval) 그룹의 기술에 의존하는데, 이 회사는 오커스 출범으로 호주와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 파기의 피해를 본 회사이다. 이 때문에 국제 외교가에선 “같은 회사 기술로 호주는 디젤 잠수함을, 브라질은 핵 잠수함을 만드는 상황이 될 뻔했다”며 “호주 입장에선 ‘프랑스가 이중 플레이를 한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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