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아빠찬스" 성토한 노동부 국감..고개숙인 네이버(종합)
네이버 대표 '직장내 괴롭힘' 사죄..산재사망 질타도
(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한종수 기자 =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는 초반부터 화천대유 '로또 퇴직금' 의혹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조사 요구로 후끈 달아올랐다.
증인대에 선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속된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책임을 지겠다"며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의원들의 질책은 빗발쳤다.
광주 붕괴참사 등 건설업 사망사고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정부의 대책이 무위에 그쳤기에 노동자가 허망하게 숨지는 일이 반복된다는 뼈아픈 비판이었다.
◇노동업무만 30년째 장관도 "산재 위로금 44억, 처음 본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부 국정감사에서 안경덕 고용부 장관을 향해 "화천대유가 곽상도 의원(국민의힘 탈당) 아들에게 지급한 산재 위로금 수준이 이해되느냐"고 물었고, 이에 안 장관은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사 '화천대유'는 앞서 곽 의원 아들에게 지급한 50억원 중 43억7000만원이 산재 위로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사가 최근 5년간 관할 노동청에 산재를 보고한 기록은 없었다.
같은 당인 이수진 의원도 "안 장관께서 고용부에서 오랜 기간 일하셨다"면서 "380만원 월급에 5년여 근무로 기침·이명·어지럼증으로 한 번 쓰러진 적은 있지만 그 와중에 조기 축구회에서 맹활약하면서 산재 위로금 44억원을 수령하고 지금은 살기 위해 골프를 친다는 사례를 들어 본 적 있나. 해외 토픽(화제) 감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안 장관은 "별로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반응했다. 이어 '화천대유의 행동이 산재 은폐가 맞느냐'는 이 의원의 물음에 "성남지청에서 산재가 있었는지 여부를 보고하도록 회사 측에 공문을 보낸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안 장관은 "산재 조사표가 제출될지 안 될지에 따라서 다음 단계를 진행하겠다"면서 "만약 제출을 안 하면 추후 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원을 직접 조사하라는 안호영 민주당 의원의 요구에는 "퇴직금인지, 산재위로금인지, 성과급인지 성질이 불분명해 직접 개입해 규명할 수는 없다"며 정치적인 논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과하고 사죄하고…네이버 "참기름 짜듯 말라" 질책
국내 대표 정보통신기술(IT)·플랫폼 기업인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이날 의원들 앞에서 사죄에 사죄를 거듭했다.
네이버에서 업무 압박과 모욕 등을 견디다 못한 직원이 지난 5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 때문이다.
한 대표는 '고인과 직원들에게 제대로 사과하라'는 이수진 의원의 요구에 "함께 일하는 저희 직원에게, 또 돌아가신 고인과 유가족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동료들에게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을 사과한다"며 "사회적으로 책임있게 움직여야 할 플랫폼 기업으로서도 그런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죄의 뜻을 전했다.
또 한 대표는 "어떻게 말씀드려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고인의 사망과 관련해 저도 굉장히 많은 충격을 받았다"며 "바꿔야 할 부분은 다 바꾸겠다.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고 내부 제도도 바꾸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기업 쇄신을 촉구했다. 특히 직원들의 호소에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최인혁 네이버 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네이버에서 '경고' 조치만을 받고 자진 사임한 뒤, 네이버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직은 유지한 데 대해서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두고 "(네이버가) 계열사로 임원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안 장관을 향해 "네이버 전 계열사 특별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 장관은 지난달 네이버 산하 공익재단 '해피빈'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저희가 조사 중에 있다"며 "조사 결과 문제가 있으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박대출 환노위원장은 증인 심문이 막바지에 이르자 한 대표를 불러세운 뒤 "해외 IT 공룡으로부터 당당히 맞서고 있는 네이버 토종 기업에 저희(국회) 역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질책을 받게 된 데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다독였다.
박 위원장은 이어 "근원적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네이버 같은 IT 기업은 참기름 짜듯 하는 기업이 아니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창조 정신이 생명줄"이라며 건강한 기업 문화를 조성해 줄 것을 당부했다.
◇野 "일자리 참·참·참…'일자리 정부' 타이틀 떼라"
현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한 힐난도 있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문 정부의 아마추어 일자리 정책으로 '참참참'이다. 국민들이 비참하고, 처참하고, 참담하다는 뜻"이라며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9월28일 국무회의에서 '고용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하셨다. 국민이 보기에 문 대통령은 지금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비유했다.
이 과정에서 안 장관은 김 의원이 최근 고용의 질에 대한 평가를 묻자 "국민들이 체감하시기에는 별로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다만 '정부가 단기 일자리를 늘려 일자리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같은 당 박대수 의원의 지적에는 "단기 취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건강이나 학업, 가사 등 여러 요인이 있다"고 방어했다.
이에 박 의원은 "문 정부는 스스로 일자리 정부라 칭하며 자신있게 출범했지만 내년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일자리 개선, 비정규직 제로 등 제대로 이행한 국정과제가 없다"며 "부끄러운 타이틀을 지금이라도 반납하고 대국민 사죄해야 한다. 장관도 대통령께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청원하시라"고 요구했다.
안 장관은 이에 "더 노력하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이고 고용부 전체 직원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여전한 산재사망, 체면구긴 노동부…광주 붕괴참사 질타도
내년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정부의 산재 감축 실패를 향한 비판도 줄이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산재가 줄지 않는 이유는 노동부 책임이 적지 않다"라면서 "강도 높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도 산재가 줄지 않고 개선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이 제시한 노동부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작년까지 산업안전 부문 관련 특별감독을 받은 기업은 84곳이다. 그러나 이 중 29곳은 또다시 중대재해가 발생해 특별감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산재 예방을 위한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연속해서 산재사망이 발생한 사업장이 28개소에 이르고, 사망자만 무려 2000명이 넘는다"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정부의 산재 예방대책이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사죄와 함께 각오의 말을 전했다. 그는 "산재 사망이 기대만큼 줄어들고 있지 않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산재 사망사고를 반드시 줄여야 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장에는 지난 6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붕괴 참사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권순호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여야의 추궁을 받기도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 철거 현장의 시공사다.
권 대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였고, 고통받는 이들이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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