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 치료제, 2만명분 선구매 계약
정부가 먹는 코로나 치료제 2만명분을 선구매했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4만명분 치료제 구매 예산을 확보했고, 약 2만명분은 이미 선구매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제약사 치료제를 샀는지 밝히진 않았다. 그는 “국내 업체에서도 임상 시험 중인 곳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다 놓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현재 2만명분을 포함해 이미 확보된 물량이 있고, 추가로 협의 중인 물량도 있다”며 “미 머크와 화이자,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 3곳과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계약 완료 후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미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경구(經口·먹는)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는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은 이미 170만명분을 선구매했다. 몰누피라비르는 올해 1000만명분을 생산할 전망이다. 싱가포르도 이날 “머크와 몰누피라비르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고, 호주도 지난 5일 30만회분을 선구매했다고 공개했다.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먹는 코로나 치료제가 본격 양산될 조짐을 보이자 코로나 대유행을 진압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다소 신중하게 보고 있다. 몰누피라비르만 해도 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에서 약 50% 수준 입원 예방 효과를 보였지만, 실제 일반인에게 대량 투약되면 실제 효과는 더 낮아질 수 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신종플루 유행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진 ‘타미플루’도 실제로는 생각보다 효과가 좋지 않았다”며 “코로나는 신종플루보다 전파력이 강하기 때문에 치료제가 나온다고 코로나가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는 현재로선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치료제가 백신을 대체할 수도 없다는 평가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실제 치료 효과보다 치료제가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고 심리적 안정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확보한 치료제 선구매 예산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정부가 올해 추경과 내년 예산으로 확보한 치료제 구매 예산은 약 363억원. 1명분에 700~800달러로 추산되는 몰누피라비르 약 4만명분을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 교수는 “일단 치료제가 상용화하면 수요가 폭증할 것이기 때문에 4만명분은 현재 확진자 수를 보면 턱없이 적다”며 “올해분 코로나 백신 확보가 늦은 것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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