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팀장입니다' 보이스피싱 총책은 사이버 수사 경찰 출신

이해인 기자 2021. 10. 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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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팀장입니다. 고객님께서는 최저 이율로 최고 3000만원까지 30분 이내 통장 입금 가능합니다.’

경찰청이 2012년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해 '김미영 팀장'을 사칭하며 수백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1세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 씨를 이달 4일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 씨./경찰청제공

이 같은 문자로 마치 대출해줄 것처럼 사람들을 속여 수백억원을 뜯어낸 이른바 ‘김미영 팀장’ 일당의 총책(總責)이 필리핀에서 검거됐다. 총책은 서울 일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서 근무했던 전직 경찰이었다.

6일 경찰청은 이 같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총책 박모(50)씨를 지난 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9월 박씨와 함께 필리핀에서 활동하던 조직원 7명도 붙잡았다. 이들은 지난 2012년부터 활동해 온 ‘1세대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소위 ‘김미영 팀장’ 문자를 무차별적으로 보낸 뒤 대출 상담을 해오는 이들에게서 보증보험 증권 발급 수수료와 인지세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필리핀 마닐라에 7층 규모의 빌딩을 구입해 전(全) 층을 콜센터로 활용했다고 한다. 피해자만 수천명이다.

경찰은 지난 2013년 이 조직의 국내 조직원 28명을 검거했지만 총책 박씨와 주요 간부들은 해외로 도피했다. 박씨는 한국에서 사이버 범죄 업무를 담당하던 경찰 출신으로, 뇌물 수수 혐의로 2008년 해임된 인물이다. 본인이 경찰 때 접했던 범죄 수법을 토대로 ‘김미영 팀장’ 사칭 사기 수법을 고안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필리핀에서 수영장이 딸린 대저택에 사설 경호원을 두고 호화스러운 생활을 했고, 2개의 가명을 사용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대포통장 관리를 맡은 핵심 조직원이 검거되면서 박씨의 주거지가 드러났고, 경찰은 필리핀 수사기관과 공조해 2주간 잠복 끝에 박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 등 피의자 8명을 국내로 신속히 송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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