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가톨릭 성직자 아동 성학대에 "부끄럽다"..재발 방지 강조
[경향신문]
프랑스 가톨릭교회에서 성직자들이 지난 70년 동안 아동을 상대로 성 학대를 자행했다는 보고서가 공개되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과의 뜻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했다.
교황은 6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바오로 6세 홀에서 진행한 수요 일반알현에서 전 세계 가톨릭교회 책임자로서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교황은 “나의 수치, 우리의 수치다. 지금은 부끄러움의 시간”이라며 “피해자들에게 그들이 겪는 트라우마에 대한 나의 슬픔과 고통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오랫동안 교회를 문제의 중심에 두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교계에는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교황은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고위 성직자들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달라”며 “교회가 모두에게 안전한 집이 되도록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가톨릭교회 내 성 학대 문제를 조사해온 독립조사위원회는 5일 25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공개하고 프랑스 가톨릭 성직자들이 자행한 성학대 문제를 고발했다. 이들은 195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성년자 약 21만6000명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의 3분의 2가 성직자였으며, 피해자 대다수는 사춘기 이전의 소년이었다. 평신도에 의한 가해를 포함하면 학대 피해 아동은 33만명으로 늘어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교회는 성직자들의 성 학대에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해자가 형사 기소를 피하는 경우가 상당했으며, 교회법에 따라 징계를 받은 경우는 소수에 그쳤다. 독립조사위 조사를 이끈 장 마르크 소베 조사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가톨릭교회는 잔인하게도 2000년대 초반까지 (이 문제에) 무관심했다”며 “침묵의 베일로 은폐된 대규모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즉위했을 때 직면한 가장 큰 난제 중 하나가 성직자들의 성 학대 문제였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교황은 ‘불처벌 폐지’를 선언하고 바티칸법을 개정해 학대 신고를 의무화했지만, 피해자들은 이 같은 조치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교황이 지난 2019년 5월 교계의 성 학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독립조사위는 조사에 나섰다.
▶관련기사: “프랑스 가톨릭 성직자, 70년간 아동 21만명 성학대”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70만원짜리 임야, 건설업자가 111배 넘는 3억원에 산 까닭
- “윤석열 대통령에게 훈장 안 받겠다”…교수에 이어 초등학교 교사도 거부
- [스경X이슈] ‘흑백요리사’ 출연진, 연이은 사생활 폭로…빚투→여성편력까지
- “장학사 만들어줄게”…여교사 성추행·스토킹한 교장 법정구속
- 아파트서 후진하던 쓰레기 수거 차량에 쾅…7세 초등학생 한낮 참변
- ‘파우치 논란’ 박장범 선배들도 나섰다···“염치를 안다면 멈출 때”
- 버스 시위 중 체포된 전장연 대표···법원 “국가가 1000만원 배상하라”
- 이재명 만난 윤여준 “민주주의 훈련 덜된 분들이 권력 잡아 문제”
- 어도어, 민희진 대표이사 선임안 부결···민희진 “주주 간 계약 효력은 여전해”
- ‘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 사고 할머니 재수사에서도 ‘혐의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