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 75년 장수 비결..전통을 기반으로 발효시킨 혁신

글·사진 정유미 기자 2021. 10. 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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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

[경향신문]

샘표 우리발효연구실의 이윤정·이재중·백은종 연구원·최용호 연구실장·김성준 연구원(왼쪽부터).
3대에 걸쳐 장류 연구 집중해 온
국내 최초의 발효 전문 연구소
일정한 맛 위해 미생물과 씨름
관련 원천 기술·특허 등 70여개
콩발효 ‘연두’ 해외서 먼저 인정

샘표는 1946년 창업 이후 75년째 ‘업’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장수기업’이다. 3대에 걸쳐 장류 연구에 집중하는 등 초심을 잃지 않은 것을 비결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진짜 비결은 ‘끊임없는 변신’이다.

지난달 29일 샘표가 만든 국내 최초 발효전문 연구소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찾았다. 수십년간 큰 부침 없이 시장을 지켜온 샘표의 저력이 모여 있는 핵심 시설이다.

충북 오송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우리발효연구중심은 겉보기에는 여타 연구소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문을 여는 순간 최첨단 정보기술(IT) 기업 같은 분위기가 펼쳐진다. 벽면에 예술작품이 가득한 실험실에서는 평균 연령 34.5세의 젊은 연구원들이 미생물과 씨름을 하고 있었다.

허병석 우리발효연구중심 소장(61)은 “국내 식품회사 대부분이 매출의 1% 미만을 연구·개발비에 쓰지만 샘표는 매년 4~5%를 미래 성장기술 확보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전체 직원의 20%(140명)가 식품·생명·유전공학·미생물 생식과 안전 등을 전공한 석·박사급 연구원”이라고 소개했다. 샘표는 국내 간장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샘표가 내놓은 간장 제품만 100여개, 누적 생산량은 22억ℓ다. 이를 930㎖짜리 간장병에 담아 일렬로 세우면 지구 16바퀴를 돌 수 있다.

샘표만의 ‘맛’은 2001년 출시한 ‘맑은 조선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선간장으로 불리는 전통 간장은 콩과 천일염, 맑은 물로만 만든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곡물을 혼합하지 않아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그러나 콩을 삶아 메주를 띄운 뒤 소금물을 부어 만드는 전통 방식은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대량생산이 어렵고 해마다 일정한 맛을 내기도 쉽지 않다.

최용호 우리발효연구실 실장(55)은 “핵심은 미생물 제어기술”이라며 “대량생산의 최소 단위인 메주 1만5000개(15t)가 똑같은 맛과 향을 내도록 수십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샘표는 국내 1위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라는 비전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도 진출했다. ‘자연의 맛’은 세계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100% 콩발효 순식물성 요리에센스인 ‘연두’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전통 간장 특유의 쿰쿰한 향과 진한 색을 빼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연두는 전 세계 어느 요리에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소장은 “3000여종 미생물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해 제품의 맛과 향, 색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포함해 특허만 70여개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분자생물학·세포실험·종균·배양·멸균실 등 전문 실험실에서 지금도 연구진이 땀 흘려 발효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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