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하는 가계부채, 이번엔 어떻게 잡을까
[경향신문]
정부, 10년간 가계부채 대책 14회
부동산 등 맞물려 큰 효과 못 봐
최근 증가율 10%…이달 중 새 대책
“강력한 부동산 대책 없이는 난항”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폭증세를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이달중 대책을 발표한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7.9%, 지난 6월 말 10.3%까지 급증한 가계부채 증가율을 올해 5~6%로 관리한다는 목표다.
달성 여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지난 10년간 14회의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방향 등과 맞물려 좀처럼 고삐를 잡지 못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2009년 86%에서 지난 6월 말 104.2%로 높아졌다. 미국(78.8%), 영국(91.4%), 프랑스(68.0%), 홍콩(86.4%)을 웃도는 수치다.
■주담대 고정금리·분할상환 대폭 확대
6일 금융위에 따르면 정부는 2011년 6월29일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형(고정형)과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2016년 말 30%까지 확대해 외부충격에 취약한 변동금리형(변동형)과 일시상환 대출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당시 변동형은 95%, 이자만 납부하는 대출(일시상환 또는 거치기간 중 분할상환)은 80%를 차지하고 있었다.
금융당국은 2015년 3월 40조원을 공급해 변동형이나 이자만 납부하는 대출을 고정형과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했다. 당시 선착순·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해 금융보호계층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금융당국의 정책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됐다. 올 6월 말 기준 은행 주담대 고정형과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은 각각 47.5%와 54.1%였다.
정부는 2014년 8월1일부터 지역별·금융사별로 달랐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전 금융권)와 60%(수도권·전 금융권)로 단일화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정책목표 아래 추진된 부동산 부양책이었다. 주택거래량은 2013년 85만호에서 2014년 101만호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주택가격 상승률도 0.3%에서 1.7%로 소폭 상승했다. 금융위는 2015년 7월 은행이 주담대 차주의 상환능력을 확인할 때 ‘신고소득’ 자료 대신 ‘증빙소득’ 자료를 활용하도록 유도하겠다면서 “주택시장 정상화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회복세가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LTV와 DTI 완화가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후 LTV와 DTI는 점점 축소됐고 부동산 시장이 급등하자 정부는 2019년 12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금융사별 사후관리용에서 차주단위 대출규제용으로 적용해 시가 9억원 초과 주담대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한도 은행권 40%, 비은행권 60%). DSR은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상환액을 연간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DTI에는 주담대 원리금상환액만 포함되지만 DSR에는 기타부채의 원리금상환액까지 포함된다.
DSR 규제는 지난해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신용대출 등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연봉 8000만원 이상 차주가 1억원을 신용대출받을 경우에도 DSR 40%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차주단위 DSR을 올 7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해 2023년 7월부터 전면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부양책 후유증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대책이 나오더라도 부채규모를 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뿐 아니라 금융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기능까지 해야 하는 금융위원회의 태생적 한계, 정권의 계속된 부동산 부양 정책과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지 못한 책임, 사실상 국내에만 존재하는 전세 제도로 인한 갭투자 상시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 하는 금융위가 ‘엑셀레이터’ 기능을 하도록 한 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 경제수석은 “부동산 ‘핀셋 규제’로 부동산값이 폭등했는데, 전세제도에 바탕한 ‘갭투기’라는 전세계 유일한 관행 때문에 강력한 부동산대책 없이 가계부채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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