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간부 수첩에 "이재명 지시, 대장동 민영 검토"..원주민도 "민영 지지했다"
오늘(6일) 뉴스룸은 JTBC가 입수한 수첩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2010년 성남시 업무 수첩입니다. 도시 계획을 담당했던 당시 성남시 고위 간부가 사용하던 수첩입니다. 이 수첩엔 업무 내용이 기록돼 있는데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내용도 있습니다. 대장동 민영 검토, 이 전직 간부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지시 사항을 받아 적은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공영 개발을 검토하는 걸 접었다고도 했습니다.
수첩에 담긴 내용 그리고 이재명 후보 측 반론, 박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의 임기는 2010년 7월 시작됐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대장동 개발을 의욕적으로 챙겼습니다.
당시 도시 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성남시 공무원 A씨의 업무 수첩에도 그런 상황이 담겼습니다.
8월 16일, 대장동 주민 대표 3명이 시청을 방문한 걸로 적혀 있습니다.
같은 달 30일엔 '대장동 지구 지정 관련 주민 제안', '대장동 주민 면담 시장실'이란 문구도 나옵니다.
그리고 10월 12일, '대장동 민영 검토'란 메모가 적혀 있습니다.
담당 공무원 A씨는 시장 지시를 받아 적은 거라고 했습니다.
[A씨/당시 성남시 고위 간부 : (당시 이재명 시장이) 주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검토를 해야 되겠다. 민영으로 개발해야 된다는 방향을 가지고 계시니까.]
담당 부서는 당시 LH가 주도하는 공영 개발안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A씨/당시 성남시 고위 간부 : (처음엔) LH가 하는 것으로 생각을 했던 거죠. 그렇게 한다면 행정적인 정리만 해서 LH와 추진하는 건데…]
시장 지시가 내려온 뒤 담당 부서는 LH가 주도하는 공영 개발 검토를 접었다고도 했습니다.
[A씨/당시 성남시 고위 간부 : 주민이 참여하는 개발로 한다고 하니까. 사실은 저희는 더 이상 못 했어요. 그때 민영 검토가 어려우니까.]
당시 대장동 개발을 추진하던 민간 업체에는 남욱, 정영학 씨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최근 수천억 배당금 논란이 벌어진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의 주주들입니다.
두 사람은 당시 대장동 토지를 32% 넘게 매입한 상태였습니다.
이 지사 측은 "민간이 참여하는 개발이 곧 '민영 개발'이라는 의미는 아니며, 민간이 함께 하는 민관 합동 개발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LH가 주도하는 공영 개발이라 하더라도 성남시민에게 무조건 이익이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습니다.
[앵커]
이 업무 수첩에 적힌 대장동 민영 검토란 대목과 관련해 저희는 당시 원주민들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대장동 원주민들은 성남시장 선거를 준비하던 이재명 변호사가, 민영개발을 주장하며 옹호했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고승혁 기자입니다.
[기자]
대장동 원주민들이 이재명 변호사를 처음 만난 건 2008년 즈음입니다.
당시 원주민들은 LH가 하는 공영개발 대신 민영개발을 추진 중이었습니다.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친분이 있던 이 지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A씨/대장동 원주민 : 30년 전부터 이재명 시장이 대장동 사람들이랑도 가까워요. 제2의 고향이라고…]
설명을 들은 이 지사는 민영 개발을 지지했다는 게 원주민들의 주장입니다.
[B씨/대장동 원주민 : 이렇게 민간개발을 하려고 한다 그랬더니 (이재명 변호사가) 대장동은 그렇게 해야 살아날 수 있다. 대장동은 그렇게 해야 살아날 수 있다.]
원주민과 개발업체 관계자 모두 민간 개발 촉구 집회에서 이 지사가 연설했다고 전했습니다.
[B씨/대장동 원주민 : 공영개발 안 된다고 대장동 민간개발해야 한다고 옹호를 해줬어요.]
[A씨/당시 개발업체 관계자 : 주민들이 하는 제안사업으로 받아들여져야 된다고 강력하게 호소를 해주는 거예요. 그러고 박수받고.]
그런데 이 지사는 최근 대장동은 공공 개발을 염두에 뒀단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경기지사 (지난 1일) : 공공개발을 막은 국민의힘이 공공개발을 추진한 저를 두고 왜 공공개발 못 했냐…]
[이재명/경기지사 (지난 3일) : 제가 시장에 당선된 후 공공개발을 해가지고 개발 이익 100% 환수하겠다고 했더니…]
그러나 이 지사는 성남시장 후보 시절 걸었던 10대 공약에 대장동을 비롯한 도시 개발을 '민영 개발 우선'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성남시 주도'라는 문구도 함께였습니다.
이 지사 측은 '민관 합동 사업'을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민영개발을 지지했다"는 원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대장동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봐 걱정을 나타낸 것"이라며 "이 지사는 순수 민간 개발은 검토한 적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취재하고 있는 박창규 기자와 한 걸음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이게 10여 년 전 일이고 기억도 중요하지만 기록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조금 전 보도한 이 수첩은 누가 작성을 했고 또 믿을 만한 것이냐라는 물음이 남거든요.
[기자]
작성자는 2010년 당시 성남시에 근무했던 공무원입니다.
도시개발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취재원 보호를 위해서 직책 등은 밝히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당시 간부들은 시장 지시사항을 받으면 모여서 메모하고 회의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수첩 내용을 들여다보면 앞으로 의회 관계는 법대로 하라, 모든 권한을 동원하라 같은 구체적인 지시사항들이 적혀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믿을 만한 사람이다라면 당시 도시개발을 담당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거죠?
[기자]
1년 치 업무수첩을 저희가 다 뒤져봤는데요.
업무수첩에는 이런 시장의 지시사항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었습니다.
저희는 수첩의 신뢰성 확인을 위해서 이 간부의 경력과 담당 업무 등도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이 수첩에는 당시 매일매일 날씨와 기온까지 적혀 있을 정도로 꼼꼼하게 당시 상황이 기록돼 있었습니다.
일정 이상 개연성과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보도에 이르렀습니다.
[앵커]
대장동 원주민들은 이재명 변호사 시절에 민영을 주장하고 옹호했다라고 얘기하고 있고 또 공무원들의 얘기는 좀 다른 측면도 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정확한 용어를 써야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대장동 사업은 공영도 민영도 아닙니다.
반공영, 반민영, 민관 합작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지사 측도 편의상 공영이라고 쓸 뿐이지 실은 반공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애초 대장동 원주민들은 이 지사가 민간개발을 지지한다고 하자 민영개발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공영개발을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배신감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개발 담당 공무원들은 이 지사가 공영 대신 민영개발을 지시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LH 주도의 공공개발을 추진 중이었는데 주민이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결국 민영개발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앵커]
이재명 지사 측에서는 반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걸 좀 정리해 볼까요.
[기자]
원주민들이나 담당 공무원들의 증언과 다소 배치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지사 측에도 충분한 반론을 요청을 했는데요.
이 지사 측은 원주민들이나 담당 공무원들이 민영개발로 잘못 이해했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민이 참여한 민관 합작사업을 하겠다는 뜻인데 완전 민영을 뜻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지사 측의 반론을 정리하자면 단어 선택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달랐다는 걸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민관 합동사업으로 수익이 났는데 수익이 민간으로 쏠리게 됐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민관 합작을 검토하던 당시에도 민간 분야에 이미 들어와 있던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입니다.
이 지사는 그동안 토건 비리 세력에게 자신의 일격을 가했고 그들이 가져갈 이익을 공공으로 환수했다고 말해 왔습니다.
또 이 세력을 당시에 알지도 못했고 사업에 참여한 것 역시 알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발언을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재명/경기지사 : 민간사업자들이 얼마만큼씩 지분을 나눠 투자하고 그 개발 이익을 나눠갖는지 설계한 건, 그 개발 이익을 나눠갖는지 설계한 건, 그건 민간사업자들 내부에서 스스로 설계할 일입니다.]
[기자]
하지만 대장동 개발을 준비하던 2014년에 이미 성남시가 남욱 변호사 등이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습니다.
저희가 당시 시의회 속기록을 뒤져봤더니 한 시의원이 민간업자들이 떠나갔느냐고 묻자 개발 담당 공무원이 떠나간 것 아니다.
대장동 법인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적어도 사업 시행 전에 이들을 배제할 방법 또는 이들의 이익을 제한할 방법을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이 의혹의 핵심이 결국 민간이 얼마만큼 참여하고 수익을 얻도록 설계돼 있느냐. 그리고 그 설계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했느냐잖아요. 거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게 계속 취재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이 수첩 내용은 한쪽의 기억일 수도 있고 한쪽의 기록일 수도 있으니까 반대쪽도 취재해서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PD : 라정주 / VJ : 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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