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선택받지 못한 이유

한겨레 2021. 10. 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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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노동탄압 기고에 대한 반론

[왜냐면] 전진욱|피비파트너즈 노조위원장

지난주 <한겨레> ‘왜냐면’을 통해 김재민 노무사가‘민주노총 탈퇴의 대가’ 제목의 글을 썼다. 김 노무사의 글을 보며, 우리 노조로서는 많이 억울했다. 김 노무사의 주장을 들으면, 전국 3400개 파리바게뜨 지점에서 일하는 4100여명의 제빵기사 중 상당수가 사쪽의 강압에 의해 한국노총 소속 피비파트너즈 노조에 가입했다는 것인데, 한두명도 아니고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그동안 파리바게뜨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면에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김 노무사가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쪽 이야기도 해보고자 한다.

김 노무사는 글에서 ‘제빵기사 업무 관리자’(BMC·비엠시)가 민주노총에 속한 제빵기사를 상대로 민주노총을 탈퇴해 한국노총에 가입하라고 집요하게 강요했으며, 이에 성공하면 1인당 5만원을 받았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먼저 우리 노조는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당연히 개입한 적도 전혀 없다. 특히 우리는 그 ‘제보자’를 신뢰할 수 없다. 그는 전직 비엠시로 회사 재직 중 여러명의 조합원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다. 이에 우리 노조가 회사에 강력한 징계를 요구했고, 결국 그는 스스로 퇴사했다. 그가 재직할 당시 민주노총도 그의 행동을 문제삼아 징계를 요구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지 못하게 된 제보자는 퇴사하자마자 민주노총을 찾아가 제보했고, 민주노총은 그가 어떻게 퇴사했는지 다 알면서도 그가 주장하는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계속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를 공익제보자라고 감싸고 있는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것인지 묻고 싶다.

또한 김 노무사는 “파리바게뜨가 민주노총은 탄압하고 한국노총은 우대하는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우리 노조야말로 할 말이 많다. 한 예로 현재 파리바게뜨 노동자 가운데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은 4100여명, 민주노총은 300명 정도다.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 열배 넘게 많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조합원 수에 견줘 훨씬 많은 노동조합 활동시간(타임오프)을 활용해왔다. 지금껏 우리 노조는 이런 부분을 지적하면 노-노 갈등으로 비칠 것 등을 우려해 일일이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나 지쳤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우리 노조가 판단하기에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수가 감소한 결정적 원인은 사쪽의 방해가 아니라 민주노총 내부에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3년간 ‘근로자지위확인소송’과 ‘통상임금소송’을 비롯해 수많은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소속 비엠시, 곧 ‘제빵기사 선임자’조합원을 부당노동행위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엠시는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아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각하되는 등 민주노총이 제기한 소송 대부분은 사실상 원고 패소로 끝났다. 패소 이후가 더 문제였다.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을 믿고 소송에 참여했는데, 패소한 뒤 실망하여 민주노총을 탈퇴하려고 하자 조합을 탈퇴할 경우 조합원 각자 소송 비용을 해결하라고 한 것이다.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 앞에서 집회를 일삼는 것에 대해서도 조합원들은 불만이 많았다. 물론 투쟁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는 집회로 제빵기사들은 점주들과 내내 불편한 관계로 지내야 했다. 큰 사업장도 아니고 작은 점포에서 매일 만나는 사람과 불편한 관계로 지내야 하는 것은 여간 스트레스받는 일이 아니다. 결국 이러한 모습에 실망한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한국노총에 가입한 것으로 우리는 판단한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조합원 감소를 한국노총 탓으로 돌리고 있다.

김재민 노무사는 기고문에서 “아이돌의 팬들은 자유롭게 각자 어떤 아이돌을 좋아할지 결정하고, 아이돌을 좋아할 이유를 찾고, 아이돌을 좋아하며 행복해할 것”이라며 노동조합 선택·가입의 자유를 빗대어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아이돌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팬들에게 실망을 주는 행동을 계속하는데도 팬들은 무조건 사랑과 관심을 보내야 할까? 아울러 그 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아이돌은 꼭 민주노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왜 애써 무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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