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좋은 법'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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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말이 중국의 말과 달라서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한다."
우리 법령 속에도 어려운 한자어나 일상에서 쓰지 않는 일본식 용어, 외래어가 많이 담겨 있다.
법제처는 2006년부터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여 '좋은 글자' 한글로 누구나 읽기 쉽고 보기 편한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법령 속 어려운 한자어, 일본식 용어 등은 쉬운 우리말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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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이강섭|법제처장
“우리나라의 말이 중국의 말과 달라서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한다.”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 첫 문장이다. 발음기관의 모습을 본떠 만든 자음, 하늘·땅·사람을 뜻하는 3개의 기호(천지인)만으로 표현한 모음 등 한글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설명서인 해례본까지 갖추고 있다. 해례본에서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든 이유를 가장 먼저 밝히고 있다. 백성들은 우리말과 맞지 않는 어려운 한자를 빌려 글을 쓰고, 그렇게 쓴 한자를 다시 우리말로 읽느라 몹시 어렵고 불편했다는 것이다. 백성들은 한자로 소통하지 못했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글자’가 필요했다.
올해 한글날은 세종대왕께서 누구나 쉽게 익히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좋은 글자’ 한글을 창제하여 반포한 지 575돌이 되는 날이다. 지금 우리는 ‘좋은 글자’ 한글을 세종대왕의 뜻에 맞게 잘 활용하고 있을까?
<우리글 바로쓰기>의 저자인 이오덕 선생은 한자어, 일본말, 외래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실을 탄식했다. 법령도 마찬가지다. 우리 법령 속에도 어려운 한자어나 일상에서 쓰지 않는 일본식 용어, 외래어가 많이 담겨 있다. 게다가 문장까지 복잡한 경우도 많다. 최근 실시한 국민 법의식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은 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법령문이야말로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그렇지 못하다는 응답에 마음이 무겁다.
법제처는 2006년부터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여 ‘좋은 글자’ 한글로 누구나 읽기 쉽고 보기 편한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법령 속 어려운 한자어, 일본식 용어 등은 쉬운 우리말로 바꿨다.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한자어인 ‘구제’, ‘전주’는 각각 ‘제거’, ‘전봇대’로, 일본식 용어인 ‘개호’, ‘절취선’은 각각 ‘간병’, ‘자르는 선’으로 정비했다. 2018년부터는 법령이 만들어지는 단계에서부터 어려운 용어가 쓰이지 않게 사전에 차단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헬더로우더’를 ‘화물 하역장비’로, ‘수진자’는 ‘진료받은 사람’으로 각각 고친 게 대표적 사례다.
‘읽기 좋은 법’ 만들기에 더해, 국민이 ‘보기 좋은 법’ 만들기 사업도 새로 시작한다. 어렵고 복잡한 법령의 내용을 한눈에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올해 12월 초부터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그림·사진·표 등 시각적인 법령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불법주차 장소를 규정하고 있는 도로교통법 32조를 클릭하기만 하면 해당 예시를 생생한 그림이나 사진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익히어, 날로 씀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의 마지막에는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들면서 꿈꾸고 바랐던 백성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의 뜻을 되새겨본다. 법제처는 그 뜻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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