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잡고보니 전직 사이버수사대 경찰

반기웅 기자 2021. 10. 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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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과 공조해 총책 체포

[경향신문]

‘김미영 팀장’으로 통하는 1세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이 필리핀에서 검거됐다. 50대 남성인 그는 사이버수사대 등에서 근무한 전직 경찰이었다.

경찰청은 2012년부터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한 뒤 국내 피해자들로부터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50)를 현지 수사기관과 공조해 지난 4일 붙잡았다고 6일 밝혔다. 과거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등에서 근무하다 2008년 해임된 박씨는 두 개의 가명을 사용하며 도피 행각을 이어왔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의 보이스피싱 조직은 ‘김미영 팀장’ 명의의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뿌린 뒤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대출 상담을 하는 척하며 피해자 개인정보를 빼내 돈을 가로챘다.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2013년 이 조직의 조직원 28명을 구속했지만 박씨 등 주요 간부들은 해외로 종적을 감춰 검거에 실패했다. 경찰은 올해 2~8월 해당 조직에서 정산 업무와 통장 확보 등 핵심 역할을 맡은 중간 관리자 4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중간 관리자의 검거 소식을 들은 조직원 2명은 압박감을 느끼고 올해 8~9월 필리핀에 파견된 한국 경찰이 맡고 있는 코리안데스크에 자수했다.

경찰은 박씨 측근이자 조직에서 대포통장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았던 A씨의 필리핀 주거지를 특정해 지난달 25일 검거했다. 이후 코리안데스크는 필리핀 현지 정보원과 함께 첩보를 수집해 마닐라에서 남동쪽으로 약 400㎞ 떨어진 곳에 박씨가 거주 중인 사실을 파악하고 2주간 잠복한 끝에 박씨를 검거했다. 향후 경찰은 주필리핀 대사관, 필리핀 당국과 협의해 검거된 조직원들을 국내로 송환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2012년부터 국외도피사범 검거·송환과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 수사 공조를 위해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에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이후 연평균 10명(2013~2016년)에 이르던 현지 한국인 피살 인원은 연평균 2명 수준(2017~2020년)으로 감소했다. 최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는 1조3000억원대 사이버도박 운영조직 총책과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사이트 ‘밤의 전쟁’ 운영자를 검거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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