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건강식품 '쪽지처방'..리베이트 처벌 사각지대
[앵커]
의사가 정식 처방전 말고 쪽지에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해주는 것을 흔히들 '쪽지처방'이라고 합니다.
의사가 업체 측에서 돈을 받고 제품을 권한 경우라도 의약품이 아니라서 법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9년째 약국을 운영하는 오인석 약사는 '쪽지 처방'을 받은 환자가 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합니다.
의사가 특정 건강기능식품을 권하며 제품명을 써주는 건데, 업체 직원이 우선 약국을 찾아옵니다.
[오인석/약사 : "(건강식품 업체가) 와서 '의사 선생님께서 이걸 처방하기로 하셨으니까 약국에 들여놓으시면 좋을 겁니다'라고 얘기해주고..."]
쪽지를 받아 온 환자는 똑같은 제품이 아니면 선뜻 사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인석/약사 : "동일한 성분, 혹은 더 좋은, 혹은 함량이 높은 걸 추천해드려도 환자분들께서는 '그래도 의사 선생님이 먹으라고 했는데 이걸 먹어야지' 하면서 돌아가십니다."]
대한약사회 조사 결과 약사 4명 중 1명 이상이 이같은 '쪽지 처방'을 경험했던 걸로 나타났습니다.
발행 진료과는 안과, 내과, 피부과와 비뇨기과 순이었습니다.
[조동환/건강소비자연대 수석부대표 : "(의사가) 업체들의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심증이 가죠, 충분히. 건강기능식품도 성분으로 다 얘기할 수 있어요. 굳이 쪽지로 얘기를 안 해도."]
'쪽지 처방' 제품은 같은 성분의 다른 제품보다 1.5배 이상 비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문가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이용해 고가의 건강식품을 사실상 강매한다는 지적입니다.
[김원이/국회 보건복지위원 : "판매 대금의 절반 정도가 리베이트로 제공된다고 하거든요. 즉, 리베이트 비용이 소비자에게 불법적으로 전가되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돈을 받고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해도 현행 의료법으로는 리베이트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의약품이나 의료기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 유인행위를 이유로 올해 3월 건강식품 제조업체에 처음으로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의사는 처벌을 피했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윤재구/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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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희 기자 (j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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