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에세이 - 조성오 [김정태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독서가 저항의 수단이 되고, 학습이 투쟁인 시대가 있었다. 민주화의 봄을 꺾은 신군부는 시민의 눈을 가리려 했지만 1982년 대학 입학 후 광주학살의 실상을 알았다. 등·하굣길의 책가방 수색이 일상이 되고 감시의 눈길이 곳곳에서 번뜩일 때였다. 군사정권의 폭압에 치만 떨고 있기엔 청춘의 피가 뜨거웠다. 세상을 제대로 알자는 지적 열망과 민주주의에 대한 갈구는 함께 모여 읽고 토론하는 세미나로 이어졌다.
사찰을 피해 주로 학우들의 집에서 김기훈 선배의 지도로 <우상과 이성>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전환시대의 논리> <페다고지> <해방전후사의 인식> 순으로 일주일에 한 권씩 독파해나갔다. ‘금서’들을 통해 지배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의식의 주체가 되어간다는 자각의 기쁨은 컸다. 진지하고 뜨거웠고 아파하고 분노했지만, 모험인 동시에 두려움이기도 했다. 책갈피 여백에 가득한 낙서와 메모가 청춘의 고뇌와 시대의 아픔으로 가득할 때, 명징한 철학적 해법을 제시한 것이 <철학 에세이>였다.
세상의 모든 현상은 원인과 결과로 이루어진 유기체로 연결되어 있다. 세계는 우리가 인식한 것과 인식하지 못한 것, 인식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뉘지만 이는 진리를 외면하는 태도다. 인간의 인식을 발전시키는 궁극적인 추진력은 외계에 대한 인간의 대응, 즉 실천이다. 실천은 모든 인식이 성립하는 기초다. 마치 불교철학과 유사하게 펼쳐지는 논리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와 인식의 지평이 확대됨을 느꼈다.
정치와 정책을 입안하며 버릇처럼 ‘인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생각한다. 인과(因果)의 유기체인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도 잊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벌 듯’ 선한 바람의 씨앗이고 싶다.
김정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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