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북한 짝사랑 아니길
"폴라, 또 없는 일을 상상해 내기 시작하는 거야?"
영화에서 남편은 '가스등'을 조작해 아내를 정신이상자로 몰아갑니다. 밤마다 가스등 불빛이 희미해지고 천장에선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만, 남편은 아내가 상상 속에서 꾸며낸 일이라며 그녀를 미쳤다고 하지요. 결국 아내는 주체성을 상실하고 남편의 꼭두각시가 됩니다.
이런 심리 조작과 통제를 가리키는 용어가 '가스라이팅', 우리말로는 '심리적 지배'라고 하죠.
그런데 최근, 우리 남북 관계를 이 '가스라이팅'에 빗댄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제 복원된 남북 연락 통신선에 대해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차단했고 또 일방적으로 복원한 통신선에 대해 통일부는 '기대한다'는 말 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며 "북한에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것 같다"고 했거든요.
사실 지난해 워싱턴 싱크탱크에서도 같은 말이 나왔습니다.
'북한은 한국이 좋은 관계를 간절히 원한다는 걸 알기에, 한국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날은 북한이 대북전단을 문제 삼아 남북 통신선을 전면 차단한 날이기도 했죠.
북한은 남한을 향해 냉온 작전을 씁니다. 지난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통신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한 것 처럼요. 늘 회유와 도발을 동시에 구사하니, 우린 '왜 너희들 마음이 바뀌었니'라는 당연한 질문도 못합니다.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남북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을 마련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만,
"그 뒤에 어떤 청구서를 숨기고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는 우려가 나오는 건 이 때문입니다.
오히려 국민은 좋은 분위기를 잇기 위해 우리 정부가 또 어떤 희생을 할까…. 두렵기까지 합니다.
문 대통령 취임 당시 미국 언론은 대통령의 성인 '문'이 영어로 '달'이란 점과, 햇볕정책을 합쳐,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을 '문샤인', '달빛 정책'이라고 불렀습니다.
이제 임기 말에 들어섰는데, 문샤인의 대북 '러브콜'에 대한 답은 언제쯤 들을 수 있는 걸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북한 짝사랑 아니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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