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개월째 2% 상승 물가, 원유 등 국제 압박요인 대비해야
[경향신문]
한국 경제 안팎으로 악재들이 불거지고 있다. 6일 통계청 발표를 보면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2.5% 올랐다. 석유류 가격이 20% 넘게 상승했고, 빵과 라면 등의 가격 인상도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지난 4월 2%대에 진입한 물가 상승세는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3분기 기준으로는 2.6% 올라 9년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물가가 과도하게 오르면 소비를 위축시키고 고용마저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경제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물가 상승이 장기간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압박하는데, 특히 치솟는 에너지 가격이 압력을 더하고 있다. 전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7년 만에 최고인 배럴당 78.93달러를 기록, 1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유럽에서 폭등하기 시작한 천연가스 가격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 가파르게 상승한 석탄 가격은 ‘세계의 공장’ 중국을 전력난에 빠뜨렸고,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을 빚게 할 공산이 크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다가올 난방철에 대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가 올해 최저인 2908.31까지 떨어진 배경에는 이 같은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다. 글로벌 증시 중 유독 코스피 하락폭이 큰 것은 대외 변수에 쉽게 휘둘리는 한국 경제의 취약성 때문이다. 문제는 악재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물가만 해도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부터 적용되는 전기요금이 ㎾h당 3.0원 인상된다. 우윳값도 곧 오르는데, 우유를 원료로 쓰는 다른 가공식품 가격도 따라 상승할 게 뻔하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강세는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은 자산매입 규모 축소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인플레까지 겹친다면 한국 경제 회복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연말까지 공공요금을 동결해 물가 상승을 억제하겠다고 한 정부 처방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인플레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경제가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고통을 감내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시민 각자의 대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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