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혹 핵심 다가선 '고발 사주' 수사, 성역 없는 진실 규명을
[경향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공수처는 문제의 고발장이 유통된 경로에 있는 것으로 의심받아온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또 제보자 조성은씨(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이 통화한 휴대전화 녹취 파일도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통해 복구했다고 한다. 공수처 수사가 의혹의 핵심을 향해 다가서는 형국이다.
정 의원은 고발 사주 의혹에서 ‘윤석열 검찰’과 ‘국민의힘’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로 지목돼왔다. 공수처는 지난해 4월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출발해 김 의원과 조씨를 거쳐간 고발장이 보좌관을 통해 정 의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민의힘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열린민주당 최강욱 고발장’이 조씨가 받은 고발장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 수사기관에 제출된 고발장은 정 의원이 초안을 당무감사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따라서 조씨가 받은 고발장과 동일한 문건이 정 의원 쪽에서 발견될 경우 ‘손준성-김웅-조성은-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전달 경로가 확인될 수 있다. 공수처가 국정감사 기간임에도 정 의원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김 의원과 조씨의 녹취 파일 내용을 파악한 데 따른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은 또다시 ‘야당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으나, 더 이상 억지 부리지 말고 수사에 응하는 게 옳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 측이 ‘제보 사주’ 의혹으로 고발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고발인 측은 인터넷언론 ‘뉴스버스’가 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하기 전인 지난 8월 박 원장과 조씨가 만나 제보를 공모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의혹의 진위는 수사를 통해 규명되겠지만, 국정원장이 이 같은 논란에 휘말린 것 자체가 유감스러운 일이다. 박 원장은 조씨와 접촉한 경위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소명하고,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지난 1월 출범한 공수처는 9개월 만에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와 현직 국가정보기관 수장을 동시에 수사한 사례는 과거 검찰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정치적 논란을 가능한 한 차단하면서 의혹의 실체에 접근해야 하는 과제에 맞닥뜨렸다. 역사가 일천한 수사기관으로서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도로 가야 한다. 오로지 사실과 증거에 따라, 좌고우면하지 말고, 성역 없이 수사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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