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수 있을 때까지, 나의 야구는 달린다.."9회 2사 2루에 선 동점 주자의 간절함으로"
[경향신문]
다리 느려 못 뛰는 상황 오면 ‘끝’
지루한 러닝훈련 이겨내야 ‘롱런’
9회 2사 2루. 2루에는 동점 주자가 있다. 곧바로 깨끗한 좌전안타가 나온다. 2루 주자는 오른팔을 돌리는 3루 코치를 보고 3루를 돌았지만, 결국 홈인에는 실패한다. 빠르고 정확한 송구도 아니었지만, 홈에서 횡사. 주자의 발은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상상 속의 장면 하나. SSG 추신수(39)는 이 장면을 마음속에 늘 담아두고 있다. 추신수는 지난 5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20호 홈런을 쏘아올리며 KBO리그 최고령 20홈런-20도루 기록을 세웠지만, 홈런보다는 뛰는 야구, 즉 도루에 더 의미를 뒀다.
추신수는 늘 9회 2사 2루 동점 주자의 간절함으로 뛰고 있다. 추신수는 “누구라도 은퇴를 생각하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선수는 몸이 아파서, 또 어떤 선수는 스윙 스피드가 느려져서, 또 어떤 선수는 전체 성적이 좋지 않아 은퇴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면서 “나의 경우는, 2루 주자로 나가 있을 때 평범한 안타에 득점을 못한다면 그때가 은퇴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야구 선수로서 롱런하는 힘을 다리에서 찾았다. “야구에는 5가지 툴(타격·파워·송구·포구·스피드)이 있는데 (나이가 들면) 하나씩 약해지기 쉽지만,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한다”며 “그중 스피드는 젊었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리가 느려 못 뛰는 상황이 오면 안 되기 때문에 뛰고 또 뛰며 (다리) 관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리’는 운동선수에게 기본 중 기본이다. 롱런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다리 건강’에 우선 신경을 썼다. 또 러닝훈련의 지루함을 잘 이겨내는 선수일수록 롱런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우람(한화)에 앞서 901경기 등판으로 통산 최다 출전 투수였던 류택현(KIA 코치) 또한 겨울이면 한강 둔치를 달렸다. 40살에 팔꿈치 수술을 하는 위험한 선택을 하고도 41살에 복귀해 3년 가까이를 더 뛴 것은 하체의 건강함 덕분이었다.
만 41세까지 뛴 양준혁도 다리에 웃고 다리에 울었다. 양준혁은 40세를 눈앞에 두고도 “다리 부상이 한번도 없었던 덕분에 이렇게 올 수 있었다”며 하체 훈련에 신경을 썼지만, 다리에 작은 부상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페이스도 처지기 시작했다.
추신수는 야심차게 선택한 SSG 입단과 한 시즌의 행보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듯했다. 팀 우승에 힘을 보태고, 그 안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는 자신의 모습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즌 전 구단의 계산과 달리 선발진에 부상자가 속출하며 SSG는 선두권에서 이미 멀어져 있다.
그러나 추신수는 KBO리그에 여러 족적을 남기고 있다. 하체의 건강함과 이를 위한 훈련 자세 또한 리그 후배들과 공유할 만한 영양 만점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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