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수상자들, 우울증 치료제·코로나 치료제 개발 가능케 한 혁신적 도구 개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202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데이비드 맥밀런 미국 프린스턴대 화학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반응 조건이 쉽고, 조작이 간단하며 중금속의 오염이 없어 제약산업에 혁신을 유기 촉매를 만든 공로를 인정받았다. 전문가들은 중금속 오염이라는 유기 금속 촉매의 전통적 문제를 해결한 업적을 인정받았다며 이들이 개발한 유기촉매가 다양한 산업계에 적용되고 있다고 평했다.
맥밀런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했던 장혜영 아주대 화학과 교수는 6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진행된 노벨 화학상 수상자 발표 설명회에서 "두 연구자 모두 유기 촉매 분야를 개척했다"며 "학교 연구 수준을 넘어 제약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해낸 것이 업적"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미국 제약사인 머크와도 긴밀한 협력을 하며 함께 공동 연구개발, 인력 교류 등을 현재도 이어나가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 연구팀의 성과가 산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학 반응에서 촉매란 반응 물질들이 소모되거나 화학 특성이 변하지 않은 채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는 물질을 말한다. 화학적 특성이 변하지 않고 다른 화학 반응의 속도를 높이는 물질이다.
식물의 광합성을 비롯해 생명체의 생리 활성에 관여하는 모든 유기 화학물을 비대칭 합성 화학 물질이라고 한다. 의학적 효과가 있거나 영양분에 포함된 분자들은 비대칭 합성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이때 통상 금속과 리간드(유기물질)가 필요하다. 하지만 생리 활성을 위한 의약품을 화학적으로 만들 때 촉매에 사용된 금속이 남으면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유기 촉매 기술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화학에서 난제로 여겨졌다.
리스트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한 배한용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는 두 연구자의 경쟁적 유기 촉매 개발로 금속없이 반응을 유발하는 촉매가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금속을 뺀 유기 촉매의 원리가 이전에도 존재했다"며 "다만 실제 이런 촉매를 구현하는 것이 난제였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2000년대 이 두 연구자가 동시에 유기 촉매를 경쟁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리스트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낸 김혜진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주 감염병치료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두 분의 연구 이전까지는 금속을 이용한 촉매와 효소를 이용한 촉매가 전부였다”며 “새로운 촉매 기술인 비대칭 유기 촉매를 개발하면서 화학 분야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큰 변화를 가져온 분야는 제약 분야다. 김혜진 선임연구원은 “유기촉매의 대칭성을 이용해 의약품에 필요한 화학물질을 선택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이와 함께 대부분 독성이 있는 중금속 중심으로 이뤄지는 금속 촉매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해 의약품에 널리 쓰이게 됐다”고 밝혔다. 비대칭 유기 촉매 기술로 개발된 대표적인 의약 물질이 우울증 치료제로 쓰이는 ‘듀록세틴’과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시타글립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걸린 심혈관 질환 환자에 쓰이는 항응고제인 '와파린' 개발에도 이 기술이 활용된다.
한수봉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감염병제어기술연구단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비대칭 유기 촉매는 의약품 합성에 매우 중요하고 산업적으로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다”며 "금속은 금속 폐기물이 남는 반면 유기는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유기 촉매는 현재 제약 외에도 천연물이나 향수 물질 등을 합성하는 데도 쓰인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는 "전통적인 유기 화학의 문제를 해결한 업적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조승한 기자 jawon1212@donga.com,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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