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고발 사주' 자체 조사 빈말..한 달간 손 놓고 있었다

장나래 2021. 10. 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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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공수처, 정점식 의원실 압수수색
공명선거추진단 한 차례 회의
당사자 조사도 않고 '개점휴업'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자체 검증단을 꾸려 당 개입 여부를 조사하겠다던 국민의힘이 한 달 가까이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검찰의 범여권 인사 고발장이 당에 전달되고 몇달 뒤 실제 고발로 이어졌는데도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는커녕 ‘시간끌기’만 하는 모습이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9일 ‘고발 사주 의혹’을 조사하겠다며 출범한 국민의힘 공명선거추진단은 같은 달 14일 한차례 회의를 한 뒤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첫 회의에서도 ‘대선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원론적인 논의만 있었을 뿐, ‘고발 사주’ 의혹은 회의 주제가 아니었다고 한다. 공명선거추진단은 김재원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윤두현·유상범·김형동·김미애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9월 회의 이후 한차례 오찬모임이 열렸을 뿐, 이후 회의 일정은 현재까지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핵심 고리로 지목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고발 사주’에 등장한 고발장과 판박이 고발장을 작성한 조아무개 변호사에 대한 정식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진단은 당사자가 부인하는 이상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태도다. 단장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의 전달 경로에 대해 추가적으로 나온 사실은 없다”고 했다. 추진단에 참여한 한 의원은 ‘정 의원에 대해 조사를 했나’라는 물음에 “초반에 물어봤는데 본인이 모른다고 한다. 더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라고 했다. 일부는 추진단의 업무가 검증이 아니라는 말도 했다. 다른 의원은 “우리가 하는 일은 대선 준비와 관련된 업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도 “(당내 전달 경로를) 모르겠다는 것을 알아냈다. 검찰이 그만큼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서 기껏 알아낸 게 조성은씨가 알아낸 것과 똑같은 결과인데 저를 너무 나무라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공명선거추진단이 역풍 등을 우려해 일부러 자체 조사를 뭉개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추진단이 사안이 크다는 이유로 ‘적당히 조사’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정점식 의원과 조아무개 변호사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당내에선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압수수색은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 제보자 조성은씨를 거쳐 국민의힘으로 이어진 고발장의 유통 경로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8월 당시 법률지원단장이던 정 의원이 당무감사실에 전달한 고발장 초안을 받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고발을 진행한 바 있다. 조 변호사가 받은 고발장 초안은 ‘손준성 보냄’ 형식으로 김웅 의원이 당에 전달했다는 4월 고발장과 내용과 형식이 판박이다.

국민의힘으로선 당 차원의 조사가 지지부진한 와중에 공수처 수사에서 검찰과의 연결 정황이 드러날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을 걱정하는 것이다. 특히 정 의원은 ‘피의자’ 신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 압수수색에서 아무것도 안 나온 것을 보면 밝히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당은 한 달째 조사하고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입장만 취하고 있다가, 공수처에서 구체적인 사실을 먼저 밝히게 되면 당 입장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압수수색 현장을 찾아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의원실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고발사주라는 사건은 없다. 얼토당토않은 터무니없는 짓을 공수처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점식 의원도 “공수처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저의 사무실까지 압수수색을 한 것에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영장에는 당시 오갔던 관련 문건이 대상이라고 적시돼 있었지만 사무실 서류와 컴퓨터, 휴대전화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장나래 오연서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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