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 "안민석 함량미달, 왜 라디오 고정패널인가"

노지민 기자 2021. 10. 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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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 대선방송 공정성 확보 방안 논의… 라디오 출연진 구성 질책도
이재명 표적 수사 의혹 리포트도 비판… "이사회 개입, 방송법 엄중함 인식해야"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대선 국면을 앞두고 KBS가 방송 공정성 확보 방안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일부 이사진이 특정 프로그램 출연진 및 보도 등을 문제 삼았다. 공영방송으로서 공적 책임을 지키라는 당부는 필요하지만 보도·제작 자율성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 이사회는 6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대선방송 공정성 확보방안'을 보고 받았다. KBS 보도본부, 제작본부, 라디오센터가 각각 향후 선거 방송에서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시사 프로그램이 대부분인 KBS 1라디오의 경우 향후 공정성, 객관성 및 제작 자율성 보장에 유념하겠다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차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봉현 KBS 라디오센터장은 이 자리에서 “라디오는 자체 취재·보도 기능이 없기에 외부 시사평론가나 이슈 관련 당사자를 섭외해 그분들 목소리를 방송하고 있다”고 했다.

최 센터장은 지난 7월~9월 주요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치인의 소속 정당을 함께 전했다. 이날 보고에 따르면 아침 시간대 '최경영의 최강시사'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관련 57명, 국민의힘 관련 49명, 저녁 시간대 '주진우 라이브'는 민주당 64명, 국민의힘 66명 등이 출연했다. 기타 정당, 무소속 등을 고려하면 야권 정치인 출연 비중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어진 질의에서는 '주진우 라이브' 출연진에 대한 비판이 집중됐다. 류일형 KBS 이사는 진행자인 주진우 기자가 지난해 10월 징역 17년 실형을 확정 받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존경하는 이명박 각하께'라는 편지를 낭독한 방송을 문제 삼았다.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KBS 정치적 중립성에 흠집을 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치인 고정 패널이 많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류 이사는 “정치인이 (방송에) 나와서 직접 부딪히고 자극적으로 가는 게 공영방송으로서 바람직한가. 직접적인 걸 피하고 품격을 높이는 걸 감안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김종민 이사의 경우 특정 출연진을 섭외한 경위를 따져 묻기도 했다. 김 이사는 '주진우 라이브' 요일코너에 출연 중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거론하며 “안민석 의원은 '최순실(최서원) 은닉재산 300조원' 허위 발언을 하는 등 국회의원은 고사하고 일반 시민으로서 건전한 상식을 가졌는지 의심될 정도이고 ('장자연 사건' 제보자) 윤지오 관련한 해프닝 등 논쟁적 인물”이라며 “왜 하필이면 안민석 의원 같은 함량미달 정치인을 고정 패널로 섭외했는지, 어떤 논의를 거쳐 결정했는지”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간 KBS 시사·교양 라디오 프로그램 패널 명단도 요구했다.

이에 최 센터장은 “프로그램을 어떻게 제작할지 제작진에게 맡기고 있다”면서 “여러 판단이 있을 수 있지만 (안민석 의원은) 5선 의원이라는 점에서 라디오 방송 패널을 할 자격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보도 관련 부문에 대해서도 여권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직·간접적 연관성이 있는 보도들이 상당 부분 거론됐다. 그 중에서도 검찰이 이재명 지사 비위 사실을 털어놓으라며 피의자를 과잉 수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난달 “[단독] 검찰, 2018년 이재명 거론 강압 수사 의혹” 리포트와 관련해 취재 절차 등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김종민 이사는 “보도가 15분 정도 이뤄졌고 검찰은 사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사실 자체를 부인했는데 사전에 취재 기자가 검찰에 팩트체크를 했는지 사후 반론 보도에 충실했는지, 팩트체크 결과 취재·보도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느냐. 이후 기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도 답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자리에서 이사가 구체적 보도에 대해 질의하는 게 허용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는 조숙현 이사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사회 권한 밖 지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KBS 내부에선 이 같은 질의들에 대해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광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공정방송실장은 “KBS는 이사회의 편성 개입이 실제 제작 자율성 훼손으로 이어졌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며 “2015년 이인호 이사장이 이사회에서 개별 보도(이승만 망명설 보도)나 프로그램(뿌리깊은 미래) 등에 대해 끊임없이 개입을 시도해 현장 제작 자율성은 훼손됐고 다큐멘터리 '훈장' 불발 사태 등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방송편성 자유와 독립은 방송법이 규정한 핵심 가치”라며 “방송편성 독립성을 보장한 방송법 제4조 2항의 엄중함을 다시 한 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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