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촬영팀, 우주서 첫 장편영화 작업 [종합]
[스포츠경향]
러시아가 5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우주 공간에서 제작되는 장편 영화 촬영을 위해 촬영팀을 태운 우주선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발사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이날 예정대로 오전 11시 55분(모스크바 시간) ‘소유즈 MS-19’ 우주선이 ‘소유스-2.1a’ 로켓운반체에 실려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됐다고 밝혔다.
우주선에는 전문 우주비행사 안톤 슈카플레로프(49) 외에 러시아가 처음으로 우주공간에서 제작하는 영화 ‘도전’(가제)의 감독인 클림 쉬펜코(38), 배우인 율리야 페레실드(37)가 탑승했다.
우주선은 발사 후 3시간 27분 동안 지구를 두 바퀴 도는 비행을 한 뒤 오후 3시 22분 ISS의 러시아 모듈인 ‘라스스벳’(여명)에 도킹했다.
도킹은 당초 자동 시스템으로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서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비행사 슈카플레로프의 수동 조작으로 이루어졌다. 때문에 도킹 완료 시간이 10분 정도 늦어졌다.
탑승자들은 오후 5시 5분께 우주선에서 우주정거장으로 이동했다.
로스코스모스는 러시아 국영 TV 방송사 ‘제1채널’ 등과 함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장편 영화의 제작을 공동으로 기획, 진행해왔다.
영화는 심장질환을 겪는 우주비행사를 구하기 위한 여의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감독 쉬펜코는 영화 중 35∼40분 분량을 우주공간에서 직접 촬영할 예정이다.
우주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영화가 제작되는 만큼 쉬펜코와 페레실드는 지난 5월부터 모스크바 인근의 ‘가가린 우주인 훈련 센터’ 등에서 비행 및 적응 훈련을 받았다.
무중력상태에서 음식을 먹거나 화장실을 사용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훈련을 거친 페레실드는 지난 4일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체력과 심리적인 면에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동시에 우주 공간 영화 촬영을 “믿을 수 없는 기회”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쉬펜코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우 흥분된다면서 조명과 카메라 환경 등을 시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주비행사 슈카플레로프도 영화에 특별 출연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쉬펜코와 페레실드는 12일간 ISS에 머물며 영화를 촬영한 뒤 오는 17일 지구로 귀환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같은 서방 세계의 부호들이 앞다퉈 우주 개발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이번 영화 촬영을 우주 강국 명성을 과시하는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콘스탄틴 에른스트 제1채널 대표는 지난 7월 타스 통신에 베이조스 등을 언급하며 “우주 분야에서 러시아의 우위를 확인하고, 젊은 세대에게 우주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필름 제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사장도 우주에서 첫 장편영화를 만드는 것을 자국 국가적 위신을 높이는 기회로 설명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 역시 우주에서 영화 촬영을 계획하고 있지만 영화 제작의 구체적인 진척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5월 미국 배우 겸 영화제작자 톰 크루즈와 ISS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크루즈는 미국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을 타고 지난달 18일 지구 궤도 비행에 나섰던 민간인 4명과 우주 경험을 공유해 화제다 됐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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