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벌레 나오고 물 새는 '신축' LH 매입임대주택..엉터리 실태조사
다양한 분야를 심층 취재를 하고 있는 추적보도 훅, 오늘(6일)은 좀 더 생활 밀착형으로 준비했습니다. LH는 직접 집을 사서 신혼부부나 청년 등에게 세를 놓는 매입 임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축이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벌레가 나오거나 이웃집 생활 소음이 그대로 들린다는 입주자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정아람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신혼인 박모 씨는 지난 6월 경기도 김포의 한 오피스텔에 전세로 들어왔습니다.
LH가 사들여 주변 시세보다 싸게 세를 놓는 '신혼부부 매입임대 제도'를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입주하자마자 집안 곳곳에서 벌레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박모 씨/LH 신혼부부 매입임대 세입자 : 아이 밥을 먹이려고 이유식을 뜨면 그 위에 벌레가 열몇 마리씩 앉아 있을 정도였고 물도 제대로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벌레가 많아서… 하루에 제가 한 1000마리에서 2000마리 정도씩 잡은 거 같아요.]
전문 방역업체를 불러 확인해보니 물기를 가득 먹은 인테리어용 목재가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입주 초기 물이 새서 목재가 물에 젖었는데 벌레가 그곳에 알을 깠다는 겁니다.
[박모 씨/LH 신혼부부 매입임대 세입자 : 싱크대 위쪽이랑 싱크대 뒤쪽으로도 습기를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에 벌레들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지금은 테이프를 이렇게 붙이고 살고 있어요.]
대대적인 방역까지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른 세입자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김모 씨/LH 신혼부부 매입임대 세입자 : 바닥을 보고 있으면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게 보일 정도로 수십 마리가… 너무 징그럽기도 하고 아기가 일단 있다 보니까 더 힘들더라고요.]
벌레가 계속 나오자 LH에서는 나무로 된 인테리어 구조물을 전부 다시 공사해주기로 했습니다.
지금 이 오피스텔은 한집씩 돌아가며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취재진이 입수한 실태조사 보고서입니다.
LH가 이 오피스텔을 사들이기 전에 작성한 건데, 누수나 결로 등이 없다고 표시돼 있습니다.
LH는 이 오피스텔의 주택 상태가 양호하다며 높은 점수를 매겨 사들였습니다.
세입자 사이에서 '엉터리 조사'를 근거로 집을 사서 세를 놓은 게 아니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아예 건물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사들인 집도 있습니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의 한 빌랍니다.
LH는 3년 전 신축 빌라인 이곳을 23억 원에 사들였는데요, 건물 곳곳에서 하자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벽은 작은 충격에도 움푹 패고, 방음이 잘 안 됩니다.
[김모 씨/LH 신혼부부 매입임대 세입자 : 안방에서 누워 있을 때는 윗집에서 소변 하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벽이 너무 약하게 만들어서 조금만 부딪혀도 이렇게 많이 심하게 들어가더라고요.]
입주 초기엔 곰팡이로 가득했습니다.
[김모 씨/LH 신혼부부 매입임대 세입자 : 집에서 보면 한 3분의 2 정도는 곰팡이가 폈다고 봐야죠. 곰팡이 제거하는 약 같은 걸 발라서 항상 없애는 편이에요. 집 자체가 습하긴 한데 아무래도 시공 자체가 잘못되지 않았나…]
LH가 이 빌라를 사들이기 전에 작성한 실태조사 보고서입니다.
100점 만점에 매입 합격점인 60점을 넘겨 샀다고 돼 있습니다.
보고서를 뜯어보면 누수나 결로 등 하자가 발견돼 건물관리 항목에서 점수가 많이 깎였습니다.
그런데도 생활 편의성이나 임대 적합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60점을 넘겼습니다.
[소병훈/더불어민주당 의원 : 지금은 매입 담당자가 LH에서 임대주택을 매입해서 그냥 임대해서 관리만 하면 끝인데, 매입 이후에 임차인이 들어오기 전에 그 주택이 과연 제대로 산 주택인지를 매입 담당자가 아닌, 매입 부서가 아닌 다른 관리 부서에서 점검을 해야 됩니다.]
이에 대해 LH는 "주택을 매입할 때 입지 여건과 주택 품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면 매입을 하지 않는다"며 "다만 매입 이후 하자가 발생하면 즉시 보수해 입주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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