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풀린 車값.. 티볼리 70만원, 벤츠 250만원 올랐다
쌍용차는 지난 6일 대표 모델인 티볼리(R플러스) 가격을 70만원 인상했다. 기존 최상급 모델보다 196만원 더 비싼 모델도 새로 내놨다. 2022년형 연식 변경 모델이 나온 지 5개월밖에 안 됐지만, 지속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와 원자재 값 상승으로 생산 비용이 높아지자 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쌍용차뿐 아니다. 최근 완성차 업계는 재고는 없는데 주문은 폭증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차 가격을 일제히 올리고 있다. 올 초부터 반도체 수급 문제로 신차 공급이 위축되자 글로벌 중고차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데 이어 이제 신차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 전세계가 탈탄소를 향해 급가속하면서 광물·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그린플레이션’(green+inflation)과 코로나 등으로 부품 공급망이 무너진 여파가 실물경제로 옮아붙고 있는 것이다.
◇국내 신차·중고차 값 다 올라
지난 7월 기아는 쏘렌토 가격을 연식 변경을 이유로 최대 57만원 인상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준중형 세단 C클래스도 올해 연식 변경을 이유로 250만원 인상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편의 사양을 일부 추가하거나 조정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업계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첨단 사양이 일부 없어졌는데 가격이 올라간 경우도 있다. BMW는 최근 반도체 부품이 부족해지자 3시리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조수석 요추 지지대와 하만 오디오를 제외한 모델을 최근 출시했지만, 가격은 130만원 인상된 6590만원으로 책정했다.
수입차 업계에 분기 말이나 연말에 흔히 있던 ‘재고떨이’도 사라졌다. 과거 1000만원 가까이 할인을 해 인기가 많던 아우디 A6는 이달엔 할인이 없다. 1년 전 600만원 할인하던 BMW X3도 지금은 할인은커녕, 사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주문은 쏟아지는데 팔 차는 없으니 할인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고차 가격도 오름세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직카에 따르면, 그랜저·카니발, 벤츠 E클래스·BMW 5시리즈 등 중고차 최대 인기 차종들의 이달 평균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약 10% 상승했다. 비슷한 조건의 차라도 그랜저는 200만원, 카니발은 300만원 더 줘야 한다. 한민우 직카 대표는 “신차를 사려면 요즘은 기본 6개월을 기다려야 하니, 중고차도 귀해졌고, 중고차 매입 비용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지급 조건에 맞추기 위해 6000만원 이하인 5990만원으로 책정하는 차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미끼 상품일 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제네시스 GV60은 후륜모델 최저가가 5990만원이지만 이 가격엔 옵션이 없는 이른바 ‘깡통차’만 가능하다. 사륜 모델을 선택하면 469만원을 더 줘야 한다. G70의 사륜 추가 비용(250만원)의 2배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모델Y의 5999만원짜리 모델을 팔다가 수익이 나지 않자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값 상승, 공급망 붕괴 여파
차값 상승은 해외에선 더 일찍 시작됐다. 미국 등에선 작년 말부터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공장들의 셧다운이 반복되면서 중고차 가격이 폭등했다. 영국은 지난 8월 소비자물가가 2012년 이후 최대 폭인 3.2% 상승했는데, 18.3%나 오른 중고차 값이 주범으로 꼽혔다. 미국에선 올 들어서만 중고차 평균 값이 24%나 상승했다. 일본 내에선 해외 브랜드 10개 중 5개가 가을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폴크스바겐은 100만원, 벤츠는 최대 500만원 인상했다. 닛케이신문은 이 같은 차값 인상은 일본에서 6년 반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완성차업체들이 차 값을 올리는 것은 철광석·구리·알루미늄·리튬·니켈 등 자동차에 원료로 쓰이는 광물 가격, 석탄·원유 등 에너지 가격, 물류비, 반도체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생산 비용도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 세계에 공급된 유동성으로 신차 수요는 넘쳐나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글로벌 인플레는 이제 시작으로 보인다”며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필수 소비재로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타격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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