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뜨거운 맛, 그리고 노벨상 [최낙언의 식품 속 이야기]

2021. 10. 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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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온도 수용체와 촉각 수용체를 밝힌 공로로 데이비드 줄리어스와 아뎀 파타푸티언 박사에게 돌아갔다.

그러다 그 수용체는 캡사이신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열(고온)에 의해서도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초로 온도를 감각하는 수용체를 찾아낸 것이다.

사실 향신료가 유난히 대접을 받은 것은 향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온도 수용체마저 자극할 정도로 입체적인 자극을 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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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온도 수용체와 촉각 수용체를 밝힌 공로로 데이비드 줄리어스와 아뎀 파타푸티언 박사에게 돌아갔다. 사실 온도를 감각하고 조절하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는 체온이 27도 이하로 떨어지거나, 43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사망할 정도로 온도에 민감하고, 항온동물은 체온유지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도 한다.

그런데 30년 전까지는 우리 몸이 어떻게 온도를 감각하는지 몰랐다. 그러다 다소 엉뚱(?)하게 매운맛을 연구하다가 그 기작이 밝혀졌다. 1990년대 후반, 데이비드 줄리어스 박사는 고추의 ‘캡사이신’이 어떻게 그렇게 화끈한 작열감을 유발하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캡사이신에 반응하는 수용체를 찾아 나선 것인데, 그는 평범한 세포에 수많은 유전자를 하나하나 발현시켜보면서 캡사이신에 반응하는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를 찾은 것이다. 지난한 작업 끝에 지금은 TRPV1이라 이름이 붙은 수용체를 발현하는 유전자를 찾아낸 것이다. 그러다 그 수용체는 캡사이신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열(고온)에 의해서도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초로 온도를 감각하는 수용체를 찾아낸 것이다.

사실 캡사이신은 수백만 가지 화학물질의 하나일 뿐인데, 그 물질에만 그런 작열감을 내는 수용체를 만들었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원래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가장 고온을 감각하기 위해 만든 수용체인데 우연히 캡사이신이라는 분자도 결합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 몸은 캡사이신이 결합하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고온에 노출되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 발견을 계기로 추가적인 온도 수용체가 발견되었는데, 시원한 느낌을 주는 멘톨을 이용하여 TRPM8을 찾아냈고, 2004년에는 가장 저온을 감각하는 TRPA1도 찾아냈다. 고추냉이, 겨자, 마늘 등의 활성성분과 결합하는 수용체다.

우리 몸은 이런 몇 종의 온도 수용체를 조합하여 1°C의 온도 변화도 감지할 수 있는데, 향신료 중에는 유난히 이런 온도 수용체를 자극하는 성분이 많다. 사실 향신료가 유난히 대접을 받은 것은 향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온도 수용체마저 자극할 정도로 입체적인 자극을 준 덕분이다. 원래 온도 수용체는 온도에만 반응해야 하는데, 인류의 모험심이 수십만 종의 식물 중에 온도 수용체를 자극하는 유별난 식물을 찾아내 즐겼고, 과학은 그것을 이용해 그 수용체마저 찾아낸 것이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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