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벌써 25명, '노벨상 제로 콤플렉스' 빠진 한국..학계선 "이것부터"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된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 중에는 동양인이 있다. 일본계 미국인 마나베 슈쿠로(90·미국, 일본명 마나베 요시로) 프린스턴대 기상학자다. 그를 포함 일본 국적이거나 일본 출신인 노벨상 수상자는 총 29명, 특히 과학(물리·화학·생리의학상) 부문 수상자는 25명으로 늘었다.
120년 간 미국과 유럽 선진국이 주름잡던 노벨상이지만, 과학 분야에선 일본이 노벨상의 종주국 스웨덴을 제친 세계 5위다. 특히 21세기 들어서는 무려 19명의 과학 부문 수상자를 배출, 미국(79명)에 이은 세계 2위다. 일본아 세계 최상위권 기초과학 역량을 과시하는 대목이다.
한국이 노벨 과학상 수상에 실패하는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 노벨위원회가 심사기준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과학계에선 기초과학에 무관심했던 연구풍토를 원인으로 꼽는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전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마나베의 연구는 1960년대 업적이다. 우리나라는 기상학자도 없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한일간 기초과학 연구의 '연배' 자체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사회 전반의 인식 및 교육 환경 개선 요구도 나왔다. 박병주 서울대 의대 교수는 "창의력을 키우는 방향의 교육 과정 개편이 필요하다"며 "대학도 기초 의학에 대한 지속 가능한 연구가 가능하도록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직 연세대 의대 교수는 "기초과학은 결국 국력의 문제다. 당장 투자해서 금방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꼬집었다.
청년 과학자들의 연구환경 개선도 해묵은 난제다. 지난달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임혜숙 장관과 청년과학기술인의 대화에서 한 청년 과학자는 "하루 10여시간씩 연구에 몰두해도 고작 100만원 안팎을 받아 간신히 생계를 유지한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나라 노벨상 수상자들처럼 20~30대에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겠나"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도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 이에 청년 과학기술인들의 연구 몰입 제도·환경 조성을 목표로 학생연구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국가장학금부터 박사후연구자, 신진연구자, 창업 지원까지 청년 과학자의 생애전주기 지원책을 마련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또 기초연구 지원 예산을 2017년 1조2600억원에서 내년 2조5200억원으로 5년 만에 두 배로 증액했다. 노벨상 거점인 스웨덴 등과의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스웨덴 과학주재관' 신설도 추진 중이다.
한국의 노벨 과학상 집착이 오히려 과학계의 건전한 발전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연구재단은 2018년 9월 발표한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벨 과학상 콤플렉스는 과학기술 수준에 대한 한국 사회 내부의 자신감의 부재가 드러나 있다"며 "그 동안 연구들은 노벨 과학상이라는 목표 자체에 '왜'라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2001년 제2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50년 간 30명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목표로 정했지만, 품위가 없다는 지적에 결국 삭제했다. 그럼에도 20년 만에 목표의 과반의 달성했다. 노벨 과학상에 집착하는 한국 과학계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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